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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 Speaks Z]오프라인 공간을 가져다 주세요

김승현
2020-10-30
조회수 81
향후 20년 동안은 Z세대가 먹고, 입고, 사는 모든 생활양식이 트렌드를 주도하리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와 서울대학교 부동산학회 'SRC'가 함께 기획한 본 칼럼 [Z speaks Z]를 통해 Z세대의 공간 활용 방식과 그 이유를 Z세대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최근에는 학회에서 만난 서울대학교 동기들과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처음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할 때는 아이디어로만 존재했던 사업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6-7명이 모여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웹과 앱을 개발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굳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일을 할 수 있다. 수업도 들을 수 있고, 음식은 배달시켜 먹고, 친구들과도 줌(zoom)이나 카카오톡으로 얘기할 수 있다. 굳이 밖으로 나가는 이유는 햇빛을 받고 싶어서, 자전거를 타고 싶어서, 혹은 스타벅스나 그레이프라운지에 가고 싶어서, 혹은 굳이 누군가를 만날 일이 생겼을 때 외에는 외출할 일이 별로 없다.

코로나 이전에는 항상 바삐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집으로, 학교로, 직장으로 향해야만 했다. 나를 포함한 20대 초중반 친구들의 삶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어지고, 그 사이를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채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요즘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공간의 수는 훨씬 줄어들고, 대신 하나하나의 공간에서 보내는 경험의 밀도가 높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오프라인 매장에 공을 들여도, 이전에 비해 해당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수는 줄어들고, 시간당, 면적당 창출해내는 이익 역시 감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옴니채널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에 더해 서울대학교 부동산학회 SRC 26기 회장 김용기 님의, ‘기존의 리테일을 집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글을 나누어 보려고 한다.

옴니채널의 시간

이전에 비해 공간은 destination, 즉 ‘반드시 가야만 하는 목적지’로서의 기능이 증대하고 있고, 공간이 주는 느낌, 분위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총합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본다.

공간의 부수적인 기능은 배송을 통해 사람들의 집과 방으로 배달할 수 있고, 이러한 기능의 제공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특정 장소, 특정 순간’의 경험에 대한 욕구를 만들어 이들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불러올 수 있다.

결국 오프라인 공간과 여기서 제공하는 콘텐츠 및 기능을 어떻게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고객을 끌어 모으거나, 도달 가능한 고객의 범위를 넓힐까 하는 것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 공간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분위기가 좋다면 인스타그램에 찍어 올리는 사진과 스마트스토어를 통한 아이템 배달만으로도 시각적, 기능적으로 온라인 고객들에게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이미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분산하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산재된 오프라인 공간을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남의집’은 미국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 ‘couch surfing’ 개념의 강화판으로 보인다. 여러 주거용, 비주거용 부동산을 멤버십을 통해 특정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남의집’ 을 이용하면 말 그대로 하루 저녁동안 남의 집 거실에서 일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도 있다.

‘스페이스클라우드’는 잠깐 사용할 공간을 구하는 데 있어서는 이미 필수에 가까운 서비스이고, 그 외에는 음악 연습실 등 특정 공간에 특화된 서비스들도 존재한다. 최근 온라인 이력관리 플랫폼 로켓펀치에서 선보인 ‘집무실’은,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1인 사무실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다수의 모듈형 오피스를 하나의 공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기존에는 매력이 없거나 활용도가 낮은 공간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은 것만으로도 추가적인 트래픽을 끌어오거나, 사람들에게 인지시킬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을 사람들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만나볼 때, 혹은 이미 존재하는 오프라인 공간을 온라인에서 만나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채널간의 통일성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에서 접하는 경험이 오프라인에서는 제공되지 않거나, 오프라인에서의 탁월함이 온라인으로 전달되지 않거나, 더 심각하게는 오프라인의 심각한 결점을 가리기 위해 온라인이 이용되는 식이라면 이러한 방식의 공간 제공은 금새 종말을 맞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으로 봤을 땐 예뻤던 카페가 실제로는 전혀 예쁘지 않을지도 모르고, 미사여구로 치장된 공간이 실제로는 별 감흥도 매력도 없는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온라인으로 고객을 획득하고 그 이후 오프라인으로 고객이 찾아오는 흐름을 생각한다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만으로는 예상치 못했던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합정 어반플랜트. ‘혼자 있고 싶지만 연결되어 있고 싶은’ MZ세대의 니즈를 반영하듯식물을 파티션 삼아 적당히 단절된 공간감을 제공해준다.


최근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은 사례는 합정에 위치한 식물원 분위기의 카페 어반플랜트다. 이곳은 직접 매장을 방문했을 때도 상상 이상으로 식물원 느낌이 나서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것만큼은 예쁘지 않더라도 조용한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덕에 대단히 긍정적인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하나의 컨셉을 바탕으로 여러 기능을 가장 적절한 고객접점에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특히 영상, 사진 등 시각적 요소로 방문할 곳과 이용할 서비스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한 MZ세대를 겨냥할 경우 특히 그렇다.

채널 사이의 시간

오늘 이 칼럼에서는 다 다루지 못하겠지만, 앞으로는 공간과 공간을 잇는 모빌리티, 혹은 비주거공간의 콘텐츠를 주거공간으로 배달하는 물류 면에서도 채널 통합 시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연히 스마트 물류와 모빌리티는 매일같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어쩌면 앞으로는 여러 공간을 제공하는 업체에서 그 공간들을 잇는 모빌리티, 혹은 공간 내부의 소프트웨어를 전달하는 물류 과정을 수직통합하여 일체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는 와디즈 스토어 등 온라인에서의 긍정적 쇼핑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옮겨놓는 매장들이 눈에 띄는데, 이들이 그 콘텐츠를 단순히 공간뿐만 아니라 타 영역으로도 확장하였을 때는 어떤 모습이 나타날까 기대가 크다.

짧은 형태의 콘텐츠가 MZ세대에서 유행한다는 것 또한 최근에 눈에 띄는 상황인데,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더 짧고 간결한 컨텐츠를 지식에서건 엔터테인먼트에서건 바라게 되는 심리가 있다.

공간에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특정 채널에 특화하여 콘텐츠를 빠르게 교체 및 업그레이드해나가면 좋은 영향이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다소 다른 이야기지만, 계절마다 변화하는 파빌리온을 통해 각기 다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던 성수연방 같은 사례를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하다.

아래는 서울대학교 부동산학회에서 학습 커리큘럼 체계화, 학습 콘텐츠 다양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본인이 공부한 내용을 직접 학회 내 적용하려 노력하는 지리학과 김용기 님의 글을 통해 최근의 다양한 배송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외출할 일 없는 세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김용기>

어릴 때는 마트에 가는 것만큼 재밌는 일이 없었다. 시식 코너에서 이것저것 집어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부모님께 생떼를 부리면 내 것 하나쯤 챙겨갈 수도 있었다. 그 시절의 ‘장보기’는 집 안에 먹을 것을 쌓아두는 것 이상의 콘텐츠였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당연한 일상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 구멍가게와 재래시장, 대형마트를 거쳐 이제는 내 방의 핸드폰으로 장을 보고 있다.

흔히 ‘마트’라고 이야기하는 시장은 취향, 나이를 떠나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우리가 최근에 경험했듯 클럽을 맘대로 가지 못해도, 놀이공원을 가지 못해도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 다만 냉장고를 채우는 일은, 그 자체로 밥을 먹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밥과 고기는 있어야 살지 않겠는가.

그만큼 식사거리를 준비하는 것은 가장 일상적인 외출이었다. Z세대에게도 ‘장보기’라고 하면 대형마트에서 먹거리를 잔뜩 사서 냉장고에 욱여넣는 모습이 익숙하다. 그러나 이제 우리 세대의 장보기는 온라인 쇼핑과 결합하여 현관문 안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장을 보러 ‘가지’ 않는다.

쿠팡, 그리고 배달의 민족

시작은 쿠팡이었다. 쿠팡의 등장 이전까지 식재료를 인터넷으로 주문한다는 것은, 오프라인으로 구할 수 없는 귀한 음식을 주문하는 개념에 가까웠다. 최소 이틀 이상 걸리던 택배는 하루하루 그날의 먹을 것을 고민하는 우리의 문화와는 맞지 않았다. 요컨대 먹고 싶은 것을 언제 먹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이 시차를 하루로 줄여놓았다. ‘택배는 이틀’이라는 당연한 상식을 깨부순 것이다.

이 차이는 신선식품을 주문할 때도 큰 불안이 없도록 만들었고, 하루 정도의 기다림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참을 만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변화는 매우 빠르게 나타났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입지의 장점을 앞세워 익일, 그리고 당일 배송 서비스를 개시하였고, 이에 질세라 마켓컬리와 쿠팡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내놓았다. 지금까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던 경쟁이 온라인으로 장을 옮긴 것이다.

그리고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B마트, 즉시배송의 등장이다. B마트는 배달의 민족에서 2019년 개시한 서비스로 코로나 19를 호재 삼아 빠른 속도로 확장해 나가는 ‘배달형 슈퍼마켓‘이다. 흥미로운 점은 도심에 위치하면서도 오프라인 판매는 전혀 하지 않는 ‘창고’라는 것이다. B마트는 배달의 민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각 영업소에서 이륜차를 이용해 한 시간 이내로 상품을 배달해준다. 기존의 마트, 혹은 물류센터로 정의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현재까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홍성국 국회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따르면 B마트는 서비스 개시 이후 올해 8월까지 매출이 900%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같은 기간 편의점 업체의 배달 매출이 절반까지 떨어졌음을 생각하면 가히 충격적이다. 이 모든 것이 서울 내부 30개가 채 되지 않는 15평 남짓의 지하 영업소에서 이루어낸 일이다.

물론 기존의 SSM규제 등을 피해가는 비즈니스이고, 때문에 지역 상권을 파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만, 부동산과 ‘장보기’ 문화의 관점에서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핵심은 단어 그대로 ‘상권’ 자체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상점을 직접 찾아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였으나 이제는 상점이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고 있다. 갑자기 삼겹살이 먹고 싶다면 멀리 대형마트도, 집 앞 정육점도 필요 없이 앉아서 핸드폰만 몇 번 두드리면 끝이다.

알리바바의 CEO 장융은 2018년 B마트와 유사한 서비스인 ‘허마셴성’을 소개하며 “앞으로 냉장고는 필요없을 것”이라는 ‘냉장고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중국보다 조금은 늦었지만 ‘배달의 민족’인 한국에서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지 주목할만하다. 머릿속에서 떠올린 것을 눈앞까지 가져오는 시간은 이제 줄어들 때까지 줄었다.


B마트의 추정 배후지(자체제작). 서울의 거의 모든 곳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B마트 주문 예시. 3km도 넘는 거리에서 한 시간 만에 배달이 온다.


공간과 콘텐츠

가장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식료품/생필품 시장의 발전도, 배달 시장의 발전도 아니다. 우리는 이제 외출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식료품을 사러 나가는 일은 우리의 가장 일상적인 외출이었다. VR/AR 등의 발전은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극복시킬 것이고, 물류 기술은 점점 발전할 것이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을 우리 눈앞에 즉시 가져다줄 것이다. 세차, 세탁, 꽃 배달 서비스에는 이미 익숙해진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외출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나가야 하는 이유를 떠올리는 일은 너무나도 어렵다. 클럽을 안가도, 놀이공원을 안가도 살아갈 수 있지만, 그것들이 없다면 마땅히 나갈 이유도 없다. 요컨대, 이제 공간이 스스로 고유의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사람을 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외출의 욕구는 느껴도 외출의 필요는 못 느끼는 것이다.

이제 공간은 어떻게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을 유혹해야 할 것이다. 기존처럼 상권에 편승하여 뻔한 간판을 내걸고 매출을 올리는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장 보러 나갔다가 카페에 앉아있지도 않을 것이고, 세차하러 갔다가 국밥집을 가지도 않을 것이다.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공간 자체가 외출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사람이 모이는 곳에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닌,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


[김승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입니다. 부동산학회 SRC 24기 학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부동산금융과 기획에 관심을 가지고, 현재는 프롭테크 창업팀에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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