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에서 ‘방구석 여행’ 혹은 '랜선여행'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한참 웃었지만 곧 그런 여행도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TV 프로그램들을 살펴봤더니 EBS의 '세계테마기행', KBS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 등 여행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왜 뜬금없이 방구석 여행을 얘기하냐면 오늘 소개할 책이 바로 내 책상에 앉아서 세계의 이상적인 도시나 프로젝트를 체험해볼 수 있는 여행책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 ‘아이디얼 시티’는 발간된 지 한 달도 안 된 신간입니다. 스웨덴에서 IKEA의 후원을 받는 SPACE10이라는 연구소가 쓴 책이자 SPI가 출판사업을 시작하고 내놓은 첫 번째 책입니다.

책의 저자인 SPACE10은 이케아가 지난 2015년에 문을 연 리서치 디자인랩으로 이케아의 미래 전략을 연구하는 씽크탱크입니다. 다른 대부분의 혁신 연구소들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라 아이디어를 널리 공유하는 열린 혁신이 특징입니다.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 살고 있고 기후와 인구, 기술의 변화 등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도시의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기 위해 만든 연구소입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자신들의 정체성을 아래와 같이 한 문장으로 정의합니다.

“SPACE10 is a research and design lab on a mission to create a better everyday life for people and the planet.”

아이디얼 시티가 주장하는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는 아래의 다섯 요소들을 갖춘 도시입니다. 각 장에서는 이런 주제를 바탕으로 지어진 많은 프로젝트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진이 많아 꼭 여행하는 것처럼 읽을 수 있어서 여행책과 비교를 하긴 했지만 사진뿐만 아니라 상당히 심오한 철학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1. 자원이 풍부한 도시

2. 접근성이 좋은 도시

3. 공유하는 도시

4. 안전한 도시

5. 살고 싶은 도시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는 더불어 사는 만족스러운 삶을 보장하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며, 커뮤니티, 창의성, 공유를 활성화하는 도시이자 기후 위기를 정면으로 맞서는 것과 동시에 탄력적이고 경제적으로 생산적인 도시이다.”

유례 없이 따뜻한 11월을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기후변화에 대해 걱정하고, 너무 높아진 집값에 더 먼 거리를 출퇴근 해야 하는 사람들과 그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의 증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8일 강남 한복판에서 났던 홍수로 인한 사망사고, 할로윈 축제를 앞둔 주말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 등 지금 우리 주변만 둘러보아도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고민들을 풀어줄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조금만 바꾸면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저희 SPI 독자들 대부분이 음으로 양으로 도시를 만들고 건물을 세우고 공간을 창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SPI의 첫 책이 아이디얼 시티라는 것이 너무 기쁘고, 우리만 살고 떠날 것이 아닌 우리의 후세들에게 남길 이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이 조금이나마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장소들을 공유해 봅니다. SPI 독자 여러분도 책을 읽어보시고 아이디얼한 시티나 프로젝트를 골라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프로젝트 중 제일 인상 깊었던 건축물은 자원이 풍부한 도시편에 소개된 소비하는 에너지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건물인 독일 프라이부르크 주의 시청 건물입니다. 아시다시피 탄소 배출의 40% 이상이 건물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ESG가 화두인데요. 이런 건물들을 좀 더 많이 연구해 보면 그 안에 답이 있지 않을까요?

인겐호벤 아키텍츠가 설계한 세계 최초의 순 잉여 에너지 건물인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청 /사진=프라이부르크 주 공식 홈페이지

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덴마크의 유명한 겔 아키텍츠(Gehl Architects)가 뉴욕에서 실험한 보행자 중심의 도시로의 전환이었습니다. 책에 소개된 많은 사례들이 유럽의 작은 도시에 적용된 것들이라 대도시에서 실현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겔 아키텍츠의 프로젝트는 대도시에서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한 내용이라 많은 시사점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Gehl Architects)는 브로드웨이에 보행자를 위한 공공 공간을 늘리고 의자, 테이블을 설치하고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 뉴욕의 상징적인 타임스퀘어를 새롭게 구상하는 등 전 세계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브로드웨이 블러바드 시범운영이 개입되기 전까지 이 지역은 차들로 꽉 막히고 혼잡하며 보행자들에게 위험했다. “우리가 뉴욕에서 진행할 때 사람들은 이런 약소한 유럽식 아이디어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요. 여기는 뉴욕이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공간을 만드는 순간 다른 나라의 장소들과 매우 비슷하게 행동할 수 있음을 보여줬어요.”라고 겔(Gehl)은 말한다. 긍정적인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회사는 최대 86%의 사람들이 자리에 앉거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거나 사람들을 보기위해 그 공간에 오며, 26%의 사람들이 휴식을 위해 사무실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안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조금 더 보행자에게 편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는다면 서울도 보행자 중심의 도시로의 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서울은 이미 매력적인 도시의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지만 우리 모두의 머리를 합친다면 더 이상적인 도시가 되지 않을까, 우리가 그 목적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이 책의 발행인으로서 더 할 나위 없이 고마울 것 같습니다.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함께 만나보실 수 있도록 일독을 권해봅니다.

스페이스10과 아이디얼 시티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참고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OUbNAprjKU0

https://youtu.be/8kCfbLi1Dkg

https://youtu.be/PkrA2A78qeY

https://youtu.be/0LASLewnerc

https://youtu.be/UaUie6HQAZ8

참고로 SPI는 지난 12월 9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SK디앤디가 운영하는 코리빙 '에피소드 신촌 369'에서 첫 출간 기념회를 열었습니다. SPI뿐만 아니라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님, 이가영 서울가드닝클럽 대표님, 이주한 SK디앤디 메타사업본부 공간사업담당님, 이태현 홈즈컴퍼니 대표님, 그리고 약속이 많고 바쁜 연말 금요일 저녁에도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신 많은 독자들과 함께 아이디얼시티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자리였습니다.

SPI는 앞으로 두 차례 더 아이디얼시티 출간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내년 1월 31일에는 글로벌 게임 서비스 플랫폼 OP.GG의 강남 테헤란로 오피스에서, 그리고 내년 3월에는 MGRV가 신촌에 선보이는 코리빙 공간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CEO의 서재]내가 생각하는 아이디얼 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