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SPI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가 전경돈 리판 대표를 찾아간 이유

내 꿈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났을 때
2021. 01. 27·
고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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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동산금융 업계를 이끄는 부동산자산운용업계의 대표님들은 1960년대 중반부터 후반에 태어나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부동산금융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성장하는 시기를 겪으면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경험을 쌓은 분들이죠. 이미 많은 것들을 이루신 분들이 많고, 앞으로도 부동산금융 업계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이 많은 분들입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사람은 그 중에서도 조금 특별합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좋게 표현해서 그렇지 ‘사서 고생한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바로 전경돈 리판 대표 입니다.

전 대표는 외국계 운용사와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를 두루 거친 부동산금융 전문가 입니다. 2018년 초 영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세빌스코리아 대표에서 물러난 후 창업을 했죠. 그것도 부동산 테크 기업 ‘리판(REPAN)’을요. 리판은 기술로 부동산 시장의 판을 바꾼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리판에 5억원을 투자한 이지스자산운용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 대표가 부동산금융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전문가지만 테크 쪽으로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작년 7월 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진행된 리판 데모데이에는 부동산금융 및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 250여명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지만 화려한 출발과 달리 이후 리판의 존재는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작년 8월 이후로는 기사도 거의 보이지 않네요…

작년 7월 29일 여의도 IFC에서 열린 리판 데모데이에서 전경돈 대표가 부동산금융 업계,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업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 그간 전 대표는 리판을 어떻게 끌고 갈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랬던 리판에 귀인(?)이 나타난 건 작년 11월 중순 입니다. LS가의 장손이자 구태회 창업주의 손자,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가 제 발로 리판을 찾아온 겁니다. 구 대표는 지난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포메이션8를 설립해 미미박스, 오큘러스, 쿠팡 등 주로 테크 기업에 투자해 큰 성과를 거둔 벤처캐피탈(VC) 입니다. 블렌드(Blend)라는 미국의 모기지 자동화 관련 회사에 투자를 하는 등 부동산 테크 기업에 대한 관심도 많고요.

구 대표가 전 대표를 찾아온 건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판을 바꾸는 도전에 나서기 위해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구 대표의 판단은 맞았습니다. 구 대표와 전 대표는 첫 만남부터 서로가 각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약 3개월 만에 같이 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앞으로 전 대표와 구 대표는 리판을 같이 만들고 키워 부동산 시장의 판을 바꾸는 도전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부터 손을 잡은 이유,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과의 인터뷰는 지난 1월 26일 오후 두시부터 다섯시까지 세 시간 동안 여의도 IFC 리판 사무실에서 진행됐습니다. 마침 이날도 리판 데모데이 때와 마찬가지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네요. 리판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합니다.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는 왜 전경돈 대표와 리판을 찾아갔나

사실 부동산금융 업계 분들이 IT 업계를 낯설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테크 분야 사람들도 부동산 분야를 낯설어 합니다. 어떻게 보면 테크 분야 사람들은 부동산 산업을 의도적으로(?) 멀리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죠. 구 대표도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테크 분야 사람들에게 부동산 산업은 자신들과 가장 먼 분야라고 여겨집니다. 그런 구 대표가 전 대표를 찾은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

Q. 부동산 산업에 왜 관심을 가지게 됐나.

구본웅 대표(이하 구) : 저희 펀드 스토리는 명확했다. 투자하는 분야가 없다. 그냥 테크놀로지 회사를 본다. 모든 인더스트리가 테크 인더스트리가 된다. 모든 인더스트리가 이미 테크 인더스트리다. 모든 인더스트리가 기술로 인해서 변화되고 기술의 영역까지 모든 것들이 녹아 들어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부동산을 예로 들면 기술 때문에 공간이 편리해지기도 하고, 공간 자체가 하나의 플랫폼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늘 부동산을 제일 마지막으로 봤다. 부동산이 저희와 제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흥미로운 점은 저희 펀드의 투자자들 중에 부동산 패밀리 오피스가 많다. 처음에는 주로 부동산을 하니까 테크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서 투자하는 걸로 봤다. 그런데 저희가 찾는 회사들을 보니 모두 부동산과 연관이 되더라. 하다 못해 전기 자동차도 충전소가 꼭 필요하다. 아무리 정부가 정책을 지원하고, 기술 기업이 이끌고, 금융이 밀어도 결국 공간을 가진 곳들이 결정을 하더라. 패밀리 오피스들이 저희 펀드에 투자를 하면서 그런 부분들을 유심하게 살펴보는 걸 봤다. 왜냐하면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들이 그들의 고객사이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하는 친구들도 제게 부동산도 보는지 거꾸로 물어보더라. 그래서 왜 그러는지 물어보니 콘텐츠를 하다 보면 부동산이나 공간이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답이 돌아오더라. 이를테면 캠핑하기 정말 좋은 공간을 콘텐츠로 만들 계획인데 지금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땅이지만 가치가 엄청 올라갈 거 같은 게 보인다는 거다.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부동산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제일 결정적인 이유는 결국 온오프라인의 연계가 가장 중요해지는 시대가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온오프라인 연계의 필요성을 더 가속화 시켰다.

Q.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오프라인 공간의 위기가 가속화됐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 미국에서도 많은 대화가 있었다. 한쪽에서는 오프라인은 끝났다는 의견이 주류를 형성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래도 오프라인이 사라지는 세상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 오프라인은 사라지지 않고 용도와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거다. 과거 오큘러스에 투자했었다.

*오큘러스는 가상현실(VR) 기기를 만드는 회사다. 포메이션그룹은 지난 2013년 오큘러스에 총 1,25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이듬해 오큘러스가 페이스북에 인수되면서 큰 투자 수익을 거뒀다.

그런데 가상, 증강현실을 하는 친구들은 점점 그 세계로 들어가다 보니까 그걸 하지 않는 시간에는 더 좋은 공간에서 좋은 오프라인 경험을 추구하더라. 그게 제 생각이었다. 그리고 기존에 부동산을 하는 사람들은 건물이나 상가당 매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면 주변 상권이 중요하다. 그런데 오프라인 공간을 온라인으로 연계하면 전 세계가 다 시장이 된다. 한국의 한 작은 가게 제품이 알려지기만 하면 지구 끝에 있는 사람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런 세상이 됐기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의 가게당 매출을 완전 다르게 봐야 한다. 우리는 그런 측면에서는 이 시장(부동산과 공간)을 다시 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일 혁신적인 사람들이 간과하는 시장이라고 봤다.

Q. 부동산은 낯선 분야라고 했는데 어떤 가능성을 봤나

 : 실제 저희 펀드에서도 부동산 IT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프롭테크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요즘 힘을 많이 얻고 있는 회사가 ‘블렌드(BLEND)’라는 곳이다. 몇 년 안 된 IT회사인데 실리콘밸리의 젊은 친구들이 만든 회사다. 모기지를 자동화 한 회사고, 3.3조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데 이제 시작이다. 굉장히 탄탄한 회사이고 부동산, 금융을 하는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부동산 분야가 오히려 자동차, 금융, 헬스케어 보다 더 큰 디스트럭션(destruction)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부동산 시장과 산업 사이즈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전 대표님을 만나서 우리 생각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됐고, 더 확신을 가지게 됐다.

Q. 그간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투자를 해왔는데 굳이 한국까지 와서 리판과 같이 일을 하는 이유는

 : 우선 한국이라는 나라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저희도 지금까지는 그게 기술이든 콘텐츠든 미국의 좋은 것들을 아시아로 가져오는 것에 주력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스트(east)에서 웨스트(west)로 반대의 흐름(wave)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가 가장 큰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상관없이 아시아로 중심이 재편되고 있다. 지금 우리 나라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중국에 다 답을 알려주고 속국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이스라엘이 기술 강국이 된 것 이상으로 문화 강국이 될 수 있다. K팝이나 K드라마가 그냥 있는 게 아니다. 처음에는 새로워서 주목을 끌었는데 K팝이나 K드라마를 제대로 이해하는 친구들은 한국만이 가진 감수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은 콘텐츠의 보고(寶庫)다. K콘텐츠를 제일 과소평가하는 게 한국이다. 하나의 브랜드가 LG, 삼성보다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우리는 한국 테마를 많이 얘기하고 다닌다.

*포메이션그룹은 앞으로도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한국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Q. 처음에는 부동산이 아닌 콘텐츠를 본 건가.

 : 맞다. 처음에는 부동산 보다는 콘텐츠를 봤다. 그 다음에 이런 콘텐츠들이 어떻게 유통되고 어떻게 소비되는지 생각을 하다 보니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점점 애매해 지더라. 온전히 온라인으로만 유통되는 건 먼 미래의 이야기인 거 같다. 미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공간은 한국의 콘텐츠를 녹여낼 수 있는 중요한 축이자 그릇이다. 공간에 콘텐츠를 융합하는 것도 한국이 제일 멋있게 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공간 자체가 수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통 구조도 다 바꼈다. 과거에는 대기업 회장님들이 미국 진출을 선언하고 갔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지금이 이스트에서 웨스트로 가는 것에 집중해야 할 중요한 타이밍이다. 처음 시작을 미국에서 한 것은 당시에는 한국에 우리가 투자하고 싶은 회사가 별로 없었고 미국에 많았기 때문이다. 근데 5~6년 전부터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아시아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미국이 필요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미국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 거다. 미국은 무주공산이다. 마켓으로 보는 거다.

그런데 한국에는 힘있는 분들이 이런 부분을 간과하거나 관심이 별로 없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장점을 주고 싶었다. 이걸 하려면 일단 한국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을 스터디 해서 최고가 되기는 어려우니까 한국에서 잘 하는 분들, 우리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을 찾으려고 했던 거다.

Q. 부동산 전문가와 꼭 손을 잡을 필요가 있었나

 : 미국의 부동산 테크 기업 중에서도 더 성장하는 회사들을 보면 IT 전문가들 뒤에 꼭 부동산 전문가들이 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친구들은 부동산 분야를 존중하는 친구들이다. 테크 쪽 사람들이 기존 부동산 시스템을 깨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동산을 전혀 모르면 결국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우리는 부동산이 맞다는 확답은 가지고 있다. 근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저희가 답을 찾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파트너가 필요했다. 하자고는 했는데 누구랑 해야 하는지 생각을 했다. 누가 우리 그림을 알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지인들에게 부탁을 했다. 그런데 지인들이 되게 어려운 숙제라고 했다(웃음). 한국에는 우리가 찾는 분이 없을 거 같다고 하더라. 찾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우리는 부동산에 대해 다양한 측면으로 생각한다. 프롭테크에도 투자하고, 오프라인 공간에도 대한 고민도 한다. 이런 것들을 모두 생각하는 사람들이 드물다고 봤다. K팝도 마찬가지다. K팝을 이끄는 사업자들은 만나보면 각자 K팝의 정의가 다 있다. 그게 그 사람들의 틀이고, 그 사람들의 한계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가 찾는 사람을 발견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일정을 다 바꿔서 빨리 가서 뵙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만난 게 전경돈 대표님 이었다.

Q. 실제 만나보니 어땠나

 : 사실 전 대표님께도 말을 안 한 부분인데 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같이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처음 리판의 사업계획에 대한 보고서를 읽어봤을 때부터 전 대표님이랑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로 같은 비전을 갖고 있었고 구현하고 싶었다. 미국에서도 전 대표님 같은 얘기를 하는 건 쉽지 않다. 특히 리판에 대한 내용을 읽어봤을 때 가짜로 만들어낼 수 없는 요소가 많다고 생각했다. 어디 가서 들은 이야기로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소리를 지르거나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등 성품이 이상한 사람만 아니라면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걸 어떻게 구현하고, 이걸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는 대해서는 당연히 의문이 생겼다. 전 대표님이 저희가 없어도 결국 해내시겠지만 우리와 같이 하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날개를 달아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Q. 그래도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생각은 안 했나. 한국에 전 대표만 있는 게 아닌데

 : 제가 모든 걸 봤다고 할 수는 없다. 전부 다 봤는데 리판이 최고다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다만 앞서 나간 사람은 있을 수 있으나 전 대표님 처럼 제대로 구조를 짜고 그림을 그린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표님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바꿀 수는 없는 거니까 그 자산이 있으면 우리가 리판을 도와주고 올바른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중에 스케일업 될 때 우리가 더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제가 대표님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면서 느낀 점은 특히 한국에서 이 인더스트리(부동산)은 복잡하다는 거다. 규제와 정책을 무시할 수 없는데 오히려 그런 것들이 되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부 사람이나 외국 회사가 갑자기 들어와서 우리와 경쟁하는 거는 어려울 거 같다. 근데 국내에서 IT를 하는 분들은 이 분야를 분명히 간과하고 있다. 또한 전 대표님이 리판을 하나의 IT 플랫폼으로만 보지 않고 이걸 구현한 다음 할 수 있는 부가적인 비전을 얘기했는데 그게 더 강력한 것 같다. (리판 소개 자료만으로 그게 다 보였나?). 과거 대표님 인터뷰를 봤다. 인터뷰를 통해 대표님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전경돈 리판 대표

지난해 전 대표로부터 부동산 전문가가 부동산 테크 기업을 설립한 후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구 대표의 말처럼 결국 전 대표가 뜻했던 바를 해낼 수도 있지만 리판은 분명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전 대표에게 구 대표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지난해 전 대표로부터 부동산 전문가가 부동산 테크 기업을 설립한 후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구 대표의 말처럼 결국 전 대표가 뜻했던 바를 해낼 수도 있지만 리판은 분명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전 대표에게 구 대표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Q. 전경돈에게 구본웅 대표란? 

전경돈(이하 전) : 솔직히 처음 찾아왔을 때는 정확히 누군지 모르고 만났다. 두번째부터는 누군지 알고 만났고, 리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중순 첫 만남 이후 일주일에 한번 이상씩 만나면서 그간 리판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애기했다. 가장 중요한 건 이거였다. 같이 일하면 시너지가 날 것인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고 뭐가 필요한 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됐다. 사실 그 전에도 많은 제안을 받았다. 근데 그전에 받은 다른 제안과는 차이가 있었다. 지난 1년 반 동안 리판을 만들면서 제가 이걸 푸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인식했다. IT적으로 내재화를 하지 못하면 한계가 있다는 걸 분명히 깨달았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돈이 있어도 정확히 알아야 기업을 인수하든지 사람을 뽑든지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 대표님을 만나면서 그 부분은 확실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와 관련해 구 대표는 자신이 스탠포드 대학에 다닐 때 경험담을 들려줬다. MBA 수업을 들을 때 엔지니어스쿨에 가서 성공한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 강의를 들었다. 그가 학생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너네 창업 다들 한 거지? 경영은 안 해도 되니 그런 경부 하지 말고 MBA 출신 몇 명만 고용해. 내가 해보니까 그런 것 보다 우리 영역을 잘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해”. 자존심이 상했지만 맞는 말이었다. 엔지니어적인, IT적인 회사를 만드는 건 처음부터 그림을 그렇게 그리는 게 너무 중요하다. 구 대표는 리판이 시행착오를 겪은 건 전 대표님의 잘못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거라며, 오히려 그것까지 됐으면 포메이션그룹이랑 같이 일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전 대표님의 비전은 굉장히 크고 이미 머릿속에 다 가지고 있는데 구현 자체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그걸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테크 분야 경험 외에 구 대표가 마음에 든 부분이 있나

전 : 우리 플랫폼이 한국에서 머무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구 대표님이 다른 벤처캐피탈(VC)나 오너 보다 훨씬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구 대표님이나 저나 미래에 대한 생각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다만 갖고 있는 경험이나 결은 다르다. 서로 갖고 있지 않은 걸 갖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테크나 글로벌 경험 부분은 그렇다. 그 부분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리판과 포메이션그룹이 그리는 미래는 뭘까

구 대표는 리판과 손을 잡는 것이 단순히 투자가 아니라 같이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는 차원, 즉파트너십을 맺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포메이션그룹은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투자 수익을 거두는 일을 주로 했지만 리판과의 파트너십은 보다 큰 그림을 그리는 차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거다. 우선은 포메이션그룹이 가진 테크 분야의 역량을 바탕으로 6개월 안에 1차적으로 전경돈 대표와 리판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 나아가 온오프라인상의 다양한 부동산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판을 바꾸는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Q. 포메이션그룹이 리판을 단순히 투자 대상이 아닌 파트너로 보는 점이 흥미롭다.

 : 펀드를 많이 했는데 펀드는 늘 파트너십 구조다. 제가 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고용을 하면 되고, 제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전 대표님과 저는 그게 너무 명확하다. 저도 파트너 관계가 깨지거나 골치 아픈 적도 많았는데 서로 비슷비슷하면 그렇게 된다. 반면 제가 도저히 할 수 없는 걸 하는 사람이 있는데 파트너가 아니라 고용을 해도 일이 꼬인다. 리판과 포메이션그룹과의 파트너십은 제가 하는 일에 대표님을 참여시키는 것도 아니고, 전 대표님이 하시는 일에 제가 단순히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다. 같이 파트너가 되는 거다.

다만 실질적인 의사 결정의 무게추는 부동산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전 대표님이 할 거다. 우리가 손을 잡은 건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다. 전 대표님이 그리는 그림이 우리로 인해 커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저랑 하실 필요가 없다. 단순히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리판이라는 회사를 같이 만들고 운영하는 거다.

Q. 의사결정을 전 대표가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 1차적인 판단은 전 대표님이 이끄는 게 맞다. 저는 공동경영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전 대표님이 제가 모르는 부동산 산업에 대해 설득해야 하면 같이 안 하는 게 낫다. 그 정도 믿음이 없으면 안 될 거 같다. 우리가 그리는 그림은 부동산이라는 정의(definition)을 아예 바꾸는 거다. 근데 거기서부터 시작은 해야 한다. 그래서 IT나 콘텐츠나 우리가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은 계속 주고 같이 만들어야 하지만 중심축을 우리가 가져가면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영역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전 대표님 속도에 우리가 맞추면서 리판이 플랫폼으로 우뚝 서는 최소한 1차 마일스톤까지는 전 대표님이 이끄는 게 맞다. 부동산이라는 영역 안에서 IT를 가지고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 가야지 IT라는 영역에 부동산을 맞추면 전 대표님이 힘드실 거다. 아울러 전 대표님이나 저나 이견이 있더라도 그걸로 갈라서지 않고 조율해서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다.

Q. 리판 비즈니스 모델이나 전 대표님의 부동산 전문가로서 역량 외에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나

 : 창업은 고된 일이다. 우리 팀도 뭔가 일이 잘 안 풀릴 때 되게 심각하다. 근데 긍정적인 에너지가 없으면 힘을 못 받는다. 근데 대표님은 늘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다. 우리는 컨설턴트 출신의 창업자는 잘 안 만난다. 너무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가 생각한 답에서 한번 무너져버리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표님은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포기하지 않고 다른 걸로 돈을 벌어서라도 하고 싶은 걸 한다.

실제 전 대표는 리판뿐만 아니라 NP어드바이저스를 비롯해 여러 회사를 같이 만들어 꾸준히 수익을 내면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앞서 이지스운용이 리판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는데 이지스운용의 한 관계자는 전 대표에게 투자한 이유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고 뭐라도 할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Q.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협력을 할 계획인가

 : 구 대표님이 예전에 같이 일을 했던 IT팀이 아예 이번달부터 리판에 들어와서 리뷰를 하고순서도와 틀을 다시 짤 거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 리판이 해온 걸 뒤집는 것이기도 하지만 좀 늦더라도 초기 설계도를 제대로 짜려고 한다. 그래야 나중에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기능이 작동되는 온라인투자 플랫폼의 기본은 6개월 이후에 1차 버전 정도는 나올 것이다. 그 일정에 맞춰서 펀딩을 하거나 필요한 기술이 있으면 다른 기업을 인수하든지 할 계획이다.

Q. 글로벌 시장에서도 리판이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 전 세계에서 충분히 통용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더 달려들고 싶었다. 다만 처음부터 그런 구상을 해 놓아야 그렇게 구조를 짤 수 있다. 포메이션그룹의 기존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해 전 세계에 진출할 거다.

Q. 부동산 시장의 판을 바꾸겠다는 리판의 꿈에 한발짝 더 다가선 건가 

 : 점점 더 진짜 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리판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 부동산 프롭테크 업계는 엇비슷한 업체들이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다 더 크게 보고 부동산금융 투자의 판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리판은 저희 혼자 힘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렸다. 구대표님을 만나서 5,000원짜리 주식 100%를 가지는 것 보다 5만원짜리 주식 10%를 가지고 있는 게 훨씬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 리판이 구축하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회사들은 리판의 패밀리들이 되는 거다. 리판 패밀리들이 더 커져서 제대로 작동하면 글로벌화도 충분히 가능하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프롭테크에도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수익을 같이 공유해서 더 큰 플랫폼에서 살아남게 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같이 나가자고 할 거다.

 : 플랫폼이라는 게 그렇다. 우리가 플랫폼을 잘 만들고 활용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해주면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독특한 친구들이 나와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활용할 거다. 부동산 산업의 오프라인에 있던 것들이 전부 온라인으로 옮겨오고, 서로 연계가 될 거다. 그런 세상을 꿈꾼다.

Q. 프롭테크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분들과도 힘을 합치겠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대립 관계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 저희가 펀드를 만들 때 모든 인더스트리가 테크 인더스트리라고 말을 한다. 그러면 그때 테크놀로지가 사람을 대체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꼭 받는다. 인간을 대체하는 요소는 분명히 나온다. 다만 AI도 마찬가지고 테크노롤지와 사람이 조화를 이룰 때 더 시너지가 난다. 실리콘밸리에서 날고 기는 IT 회사들을 만나보면 분명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기술을 가지고 삶을 더 윤택하게 해야 하는데 궁극적으로 그건 사람의 역할이라고 보는 회사들이 더 잘됐다. 기술로 다 갈아엎겠다는 것은 본질을 놓치는 거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공인중개사가들이 문제가 있고 답답하다고 해서 다 그걸 갈아엎겠다고 하면 분명 문제가 발생한다.

전경돈(왼쪽) 리판 대표와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

Q. 리판과 무관하지만 사람들이 관심이 많은 질문을 하고 싶다. 포메이션그룹을 얘기할 때 옐로모바일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포메이션그룹도 옐로모바일에 투자했는데 왜 무너졌다고 생각하나. 앞으로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 새로운 계획이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다. 현재 옐로모바일 자회사들 중에 잘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인수합병 과정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지만 지금 보더라도 나쁘지 않았다. 모바일 세상이 올 것이라 예상하고 필요한 영역에서 제일 잘하고 있는 팀들을 같이 합쳐서 키우는 게 목표였다. 쇼핑, 미디어 이런 게 다 들어 있었다. 그걸 데이터로 묶는다면 아주 큰 회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를 한 데 묶는 역량이 부족했다. 홀딩스로 군단을 만들기는 했는데 그걸로 시너지를 못 만들었다. 홀딩스가 잘 못한 게 많았다기 보다는 잘 했어야 하는 걸 못했다. 당시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절대 도박을 하는 게 아니라고 얘기했다. 분명 이론이 있다고 했다. 옐로모바일은 지주사가 아예 강력해지거나 아예 약했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참견을 하기 시작하니까 성장하려고 들어온 회사들이 실망하고 엑시트 통로가 되어버렸다. 펀드멘털이 부족한 팀이 이끌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부동산의 판을 바꾸는 데 중심을 잡아줄 리판이 중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현재 옐로모바일 자회사 중에서도 리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들이 있을 거다.

편집자 코멘트 : 최근 부동산 산업은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부동산금융 산업은 IMF 이후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질적 성장을 많이 이뤄내지 못하면서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업계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무심코 날리는 정치인들의 말 한 마디에도 그런 뉘앙스가 담겨 있죠. 업계가 개선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간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부동산 산업의 플레이어들 대다수는 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임차인, 소비자들을 간과해왔죠.

하지만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을 이끄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변화의 흐름이 감지됩니다. 자기가 평생을 일궈온 부동산 산업의 미래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과 이번 전경돈 리판 대표와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을 보면서 부동산산업의 밝은 미래를 봅니다. 3시간여 인터뷰를 마치고 녹취록을 풀어보니 A4용지 12장 분량이 나왔습니다. 아직은 밝힐 단계가 아닌 구상부터 다소 민감한 내용을 제외하니 인터뷰에 담지 못한 내용이 절반은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리판과 포메이션그룹이 꾸는 꿈이 가까워지면 언젠가 못 다한 이야기들을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판을 가꾸겠다는 리판과 포메이션그룹의 꿈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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