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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적 도시 계획

2019. 08. 07·
조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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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도시계획과 시사점을 알아봅니다.

 

👉 싱가포르의 기적 모아보기

이미지 출처 (도시재개발청(URA), www.ura.gov.sg/Corporate/Planning/Draft-Master-Plan-19/Themes/Liveable-and-Inclusive-Communities/New-Housing-Concepts)

서울도시계획포털에 접속하면 도시 계획 상의 정책비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그 비전을 아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융, 통, 성의 도시계획] 이것이 서울시 도시 계획의 미션이다. 다양한 관점을 ‘융’화하고 진화하는, 함께 소‘통’하여 만들고 공감하는, 원칙과 틀은 빈틈없이 완‘성’ 하는 것이 서울시 도시 계획의 추진방향이라고 한다. 2019년 서울의 비전이라고 말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해 보인다.

서울시 도시 계획의 비전은 모호하다. 비전은 본질적으로 추상성을 갖기 때문에 모호함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것이 도시의 미래적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도시 계획의 비전 중 하나는 ‘정원 속의 도시’ 이다. 도시 안에 정원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자체를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미래적 방향성을 제시한다. 현재 싱가포르는 친환경 개발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인 도시가 되었다. 서울의 도시 계획 상의 비전은 도시가 나아갈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추상적인 슬로건에 머무른 채 방향성을 상실했다.

서울시의 도시 계획 시스템은 3단계로 이루어진다. 도시기본계획-생활권계획-도시관리계획이다. 3단계이지만 서로 간의 유기적인 관계성은 소위 전문가들도 파악하기가 어렵다. 서울도시계획포털에 접속하면 도시기본계획(서울2030플랜) 파일이 있는데 2백 페이지가 넘는다. 그런데 이것의 하위 개념인 생활권계획은 수백 페이지의 파일이 25개나 있다. 그리고 이것의 하위 개념인 도시관리계획으로 가면 관련 법 규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서울 시민이 이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성을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반면에 싱가포르의 도시 계획을 주관하는 도시재개발청 홈페이지에 가면 도시 계획의 유기적인 관계를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해 놓았다. 싱가포르 도시 계획은 컨셉 플랜과 마스터 플랜으로 이원화되어 있는데, 하나의 홈페이지 상에서 매우 자세한 사항까지 확인할 수 있다. 40~50년 간의 장기적인 도시의 비전을 담은 컨셉 플랜에서부터 마우스로 하나씩 클릭하다 보면 어느새 특정 지역의 용적률, 건축 한계선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홈페이지 상에서 모든 정보가 데이터화 되어 있고 지도, 렌더링 등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편리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이는 싱가포르 도시 계획의 통합성과 체계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도시계획 관점에서 보았을 때 싱가포르와 같이 작은 크기의 영토는 양날의 검이며 대개의 경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영토가 작을 경우 계획 및 통제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그것의 협소함으로 인해 토지 활용에 있어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효과적인 도시 계획을 통해 그들의 작은 영토를 유리하게 활용하였고,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도시가 되었다. 정부의 효율적인 토지 사용 계획은 도시 국가 싱가포르의 혁명적 발전에 있어서 근본적인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싱가포르의 도시 계획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서 싱가포르 도시 국가의 번영을 상징하는 마리나 베이 지역의 개발사를 살펴보았다. 1960년대부터 개간 사업을 통해 형성된 마리나 베이 지역은, 현재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금융 지구가 되었다. 마리나 베이 지역 개발에 있어서 놀라운 점은, 이 곳의 도시 안의 도시라는 미래적 비전을 담은 개발 계획이 1970년대 공표되었고, 1991년에 구체화되었으며, 40년 이상의 장기적 비전 아래 해당 지역의 개발 사업이 진행되어 왔으며, 지금도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진행될 거라는 점이다. 이러한 장기적인 비전을 현실로 이끌어 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정부 기관이 바로 도시재개발청이다.

도시재개발청은 싱가포르의 제한된 토지의 최적화된 개발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정부 기관이다. 싱가포르의 토지 이용 계획은 2단계 시스템으로 이원화되어 운용된다. 첫 번째는 컨셉 플랜으로 국가 차원에서 사회, 경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계획을 포함한다. 이는 향후 싱가포르 내의 인구 성장 및 경제 성장을 예상하여 계획된다. 두 번째는 마스터 플랜으로 각 지역의 요구들을 충족할 수 있도록 각 토지 구획 별로 상세한 항목들을 규정하는데, 토지 용도, 개발 밀도, 도로 교통망, 건물 형태, 건물 높이 등에 대한 상세한 규정들을 정한다. 도시재개발청은 국토 전반의 토지 사용 계획을 설립하는 것과 더불어, 토지와 건물의 보존 방안을 포함한 개발사업의 모든 측면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로 인해 싱가포르에서의 토지 사용 계획은 정부의 계획 및 개발에 대한 통제권과 정부의 입법권이 결합된 종합적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싱가포르 도시 계획 구조]

이미지 출처: 차밍시티 편집

첫 번째 컨셉 플랜은 1971년 유엔 개발 프로그램의 기술적 지원을 통해 계획되었다. 이 플랜을 통해 “고리 모양ring-shape”의 토지 구획이 조성되었는데 이는 고밀도의 개발 지역과 수변 지역으로 계획되었으며 이 두 지역을 녹지로 형성된 완충지대가 구분하였다. 창이공항, MRT 도시 철도 시스템, 중심업무지역과 같은 싱가포르 내 주요 프로젝트들이 첫 번째 컨셉 플랜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컨셉 플랜은 급변하는 사회 환경, 인구 구조 변화, 경제 성장을 충족시키기 위해 1991년, 2001년, 2011년에 걸쳐 매 10년 마다 재검토되었다.

마스터 플랜은 1958년 처음 적용되었고, 이는 향후 10년에서 15년에 대한 중기적 관점에서의 개발 계획을 다룬다. 이를 통해 토지 이용 계획에 대한 법적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마스터 플랜은 컨셉 계획의 장기적인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매 5년마다 정비되며, 이는 각 지역마다의 특수성을 반영한 개발 가이드라인이 된다. 규정 사항들이 각 항목별로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개발회사와 기관투자자들은 부동산 개발 사업의 비예측성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사전에 줄일 수 있다.

개발 가이드 플랜은 1987년 도입되었다. 1985년 마스터 플랜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검토를 위해 개발 가이드 플랜이 구상되었으며, 싱가포르 지역 내 55개 지역에 대한 세부적인 토지 계획을 마련하였다. 1998년 12월 싱가포르 내 55개 모든 지역에 대한 개발 가이드 플랜이 완성되었고 이러한 개발 가이드 플랜의 내용들은 마스터 플랜에 반영되었다. 이때 이후로 수립된 마스터 플랜은 기존의 정적이고 규범적인 틀에서 탈피하여 미래 지향적인 계획을 담은 플랜으로 발전하였다.

개발 가이드 플랜의 독특한 개념적 특징 중 하나는 1995년 10월에 도입된 “임의 개발 가능 부지” 이다. 부동산 개발회사가 창의성을 발휘하여 최적의 토지 사용 용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 시장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만들었다. 임의 개발 가능 부지의 경우 해당 부지에 허용된 최대 연면적을 초과하지 않는 한, 개발회사가 건물의 사용 용도와 각 용도 별 면적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개발회사가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기존 건물의 사용 용도를 변경하고자 할 때, 이에 따른 추가적인 세금을 낼 필요 없이 그것의 사용 용도를 바꿀 수 있다. 이러한 혁신적인 접근법은 싱가포르 정부가 한정적인 국가의 토지 규모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합리적으로 대처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날의 싱가포르는 경제적으로 번성하였고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한 곳이 되었다. 이러한 성공은 토지 사용 계획에 있어서의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에 의해 달성될 수 있었다. 통합적 접근법은 싱가포르의 한정된 토지의 사용을 최적화하고 사람들의 현재와 미래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중요하다. 현재와 미래에 발생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통합적 접근법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컨셉 플랜과 마스터 플랜은 대중들의 협의와 피드백을 거친 후에 비로서 완전해질 수 있다. 장기적인 비전을 용기 있게 제시하고, 그것의 방향성 아래 도시를 그려가는 정부, 민간 기업, 국민들의 실행력이 마리나 베이 지역을 세계적인 비즈니스 금융 지구로 만들었고, 도시 국가 싱가포르를 세계적인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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