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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베이 스카이라인

2019. 07. 29·
조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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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도시계획과 시사점을 알아봅니다.

 

👉 싱가포르의 기적 모아보기

이미지 출처: 구글 지도

마리나 베이 지역의 스카이라인은 싱가포르 도시 국가의 번영을 나타낸다. 매립지를 조성하여 개발된 이 곳은 현재 아시아를 대표하는 비즈니스 금융 지구가 되었다. 수변 지역을 따라 고층의 빌딩숲이 형성되었으며 오피스, 리테일, 호텔, 카지노, 럭셔리 아파트 등이 위치해 있다. 인근 지역에 가든 바이 더 베이와 같은 대규모의 녹지 공간과 마리나 베이, 마리나 베라지와 같은 수변 공간이 있으며, 마리나 베이 샌즈 카지노, 싱가포르 플라이어 대관람차, 에스플러네이드 극장과 같은 여가 공간이 함께 공존한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상징인 사자 머리 형상의 머라이언 동상이 있다. 마리나 다운타운은 비즈니스 금융 지구를 넘어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글로벌 도시가 되었다.

글로벌 도시라는 단어는 학문적으로 정의된 용어는 아니다. 다만, 통상적으로 글로벌 도시라고 부르는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모습은 살고, 일하고, 노는(live-work-play) 것이 24시간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환경을 제공하며, 금융 및 문화 산업의 수준이 매우 높으며, 대규모 자연 공간이 인접해 있다. 뉴욕 맨해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시티 오브 런던 지역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대표적인 곳이다.

도시 계획 관점에서 마리나 베이 지역 개발사를 살펴보기 전에 이곳의 지리적 구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마리나 베이를 둥글게 둘러 쌓고 있는 마리나 베이 금융 센터와 마리나 베이 샌즈 등은 다운타운 코어 지역에 속한다. 가든 바이 더 베이 정원과 플라워 돔이 있는 지역을 마리나 사우스(South)라고 하며, 마리나 사우스에서 북쪽 방향으로 마리나 베이를 넘어선 지역을 마리나 이스트(East)라고 한다.

이미지 출처: 도시재개발청(URA), 차밍시티 편집

싱가포르 정부는 기존 중심상업지구의 협소함으로 인해 인근의 마리나 베이 지역을 매립하여 중심상업지구의 지리적 영역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작은 영토에 제한적인 자원을 보유한 싱가포르를 글로벌 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한 지역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1960년대 중반 싱가포르 정부는 주택개발청을 통해 동부 해안 지역의 토지를 매립하는 개간 사업을 시작하였다. 1977년까지 싱가포르 강 하구에서부터 에스플러네이드 극장이 있는 부근까지 토지가 매립되었다. 1970년대 후반에는 ‘마리나 시티 Marina City’ 도시 안의 도시라는 비전을 담은 미래적 도시를 구상하였고, 이를 위해 매립 지역을 더욱 확장하였다. 1985년에는 현재와 비슷한 모습으로 개간되어 마리나 사우스 지역, 이스트 지역이 구분되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약 100만평(360ha) 규모의 매립지가 마리나 베이 지역에 형성되었다.

1991년 도시재개발청에서 싱가포르 도시 계획의 장기적인 비전을 담은 컨셉 플랜을 발표하였는데 마리나 베이 지역 개발 프로젝트가 당시 플랜의 핵심이었다. 도시재개발청은 향후 20~40년에 걸쳐 마리나 베이 지역을 24시간 살고, 일하고, 놀 수 있는 활기 넘치는 지역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단순히 국제적인 금융 허브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오피스, 리테일, 호텔, 주거, 공원, 인프라 시설 등이 구비된 24시간 생활권역으로 만들고자 계획하였다. 더불어 마리나 베이 지역에 대한 지나친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주변의 도심지를 함께 개발하였다.

1997년에 도시재개발청은 마스터 플랜 상의 개발 가이드 플랜을 통해 마리나 베이 지역에 대한 상세한 개발 계획을 발표하였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정부 토지 매각 프로그램(Government Land Sales)을 통해 민간 사업자에게 장기 임대차 형태로 개발 부지를 매각하는 것이 본격화되었다. 입찰을 통해 사업권을 확보한 민간 부동산 개발회사가 99년 임대차 권한을 갖고 부지를 개발하였고, 이러한 일련의 개발 사업을 통해 현재와 같은 도시 스카이라인이 형성되었다.

다운타운 코어 내 마리나 베이 수변 지역의 상당수의 부지가 개발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임의 개발 가능 부지’로 구획되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용도의 시설이 들어서게 되었다. 임의 개발 가능 부지에서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토지의 사용 용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창의성을 발휘하며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 수요와 건물 용도 간의 불일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변동성이 높은 부동산 시장에서 임의 개발 가능 부지는 사용 용도가 미리 정해진 일반적인 부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프리미엄을 갖는다. 임의 개발 부지의 경우 해당 부지에 허용된 최대 연면적을 초과하지 않는 한, 개발 회사가 건물의 사용 용도와 용도별 면적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부동산 개발회사가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기존 건물의 사용 용도를 변경하고자 할 때에도, 이에 따른 세금을 낼 필요 없이 용도를 변경할 수 있다.

정부는 마리나 베이 금융 센터 부지 매각 과정에서 옵션 기반의 혁신적인 입찰 방식을 도입하였다. 이 방식은 낙찰자가 단계적으로 프로젝트를 개발할 수 있게 한다. 입찰자는 밀봉된 봉투에 입찰 가격을 제안해야 하는데 일시불로 부지 매입가격 전액을 지불하지 않는다. 입찰자는 1단계, 2단계로 개발 계획을 나누어 제안해야 한다. 사전에 공고한 최소 연면적 이상의 1단계 개발 계획을 제안해야 하며, 나머지 2단계 개발을 위한 부지 매입금은 향후에 지급하면 되는데 그것의 지급 시기는 옵션에 따른 수수료율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낙찰자는 옵션에 따라 향후 6년(부지 가격의 6% 수수료), 8년(8%), 10년(10%) 기간 안에 나머지 부지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임의 개발 가능 부지와 옵션 기반의 입찰 방식은 싱가포르 정부가 한정적인 국토의 크기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합리적으로 대응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리나 베이 개발에 있어서 인상적인 점은 40년간의 장기적인 비전 아래 지역이 개발되었고, 현재도 같은 방향성 아래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개발에서의 비전은 단순히 구호적인 외침에 그치며 실제로 구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가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일관성 있게 그것을 추진해 나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주된 요인 중 하나는 공공과 민간의 효과적인 협력 관계이다. 공공에서는 토지 공급, 인프라 조성, 도시 계획을 합리적으로 진행하였고, 민간 기업들은 그들의 전문성, 창의력, 자본을 통해 마리나 베이 지역의 발전을 이끌었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사인 CBRE의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 한화 약 25조원($25billion) 이상의 해외 및 국내의 민간 자금이 마리나 베이 지역에 투자되었다.

또한, 오피스 용도 위주의 고층 빌딩 개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마리나 베이 샌즈,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등과 같은 유려한 건축 디자인의 여가 시설과 대규모의 녹지 공간인 가든 바이 더 베이는 해당 지역의 문화 수준을 높였다. 마리나 베이 지역 매립지 전체 면적의 약 3분의 1이 가든 바이 더 베이 정원으로 조성되었는데, 가든 바이 더 베이는 플라워 돔이 있는 마리나 사우스 지역에만 위치해 있는 것이 아니라, 마리나 이스트, 센트럴 지역에도 대규모로 조성되었다. 이는 도시 속의 정원이 아닌 ‘정원 속 도시’ 라는 싱가포르 도시 계획의 비전을 보여준다.

마리나 베이 개발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마리나 사우스 지역은 ‘어반 빌리지 Urban Village’ 라는 방향 아래 9,000세대의 주거를 포함한 고밀도의 복합 용도 지역으로의 개발이 진행중이다. 자동차의 접근을 제한하고 도보, 자전거 동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기존의 대규모 자연 공간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지역으로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에 도시재개발청은 향후 15년간 마리나 베이 중앙 지역에 기존 오피스 전체 면적의 30% 수준의 업무 공간을 추가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탄종 파가르, 파시르 판장 지역의 항구 시설이 2027년까지 다른 곳으로 이전되고 나면 기존의 마리나 베이 매립지의 3배 면적의 개발 가능한 부지가 공급될 것이다. 마리나 베이 지역은 해당 지역의 개발과 연계되어 ‘그레이터 서던 워터프론트 Greater Southern Waterfront’라는 또 다른 차원의 해안 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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