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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은 왜 삼청동을 택했나?

2019. 08. 01·
박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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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분석하는 건물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이요. 그래서 진짜 소비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즘엔 카페를 열심히 다닙니다.

 

👉 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다 모아보기

블루보틀이 선택한 두 번째 동네는 삼청동이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 고개를 갸웃했다. ‘공실 많은 그 삼청동?’ 이미 많이 무너진 그곳을 왜 하필 두 번째 장소로 선택했을까?

블루보틀 테라스에서

블루보틀이 위치한 장소는 국립현대미술관 건너편이었다. 코코브루니가 있던 곳. 세 번에 걸쳐 블루보틀을 찾았다. 평일 점심, 직장 동료들과 함께. 주말 오전, 남편과 함께. 그리고 어제 저녁, 혼자서. 세 번 모두 줄이 길지는 않았다. 조금만 대기하면, 입장할 수 있었다.

블루보틀 삼청점의 외관

블루보틀 삼청점의 외관

하얀 외관을 지닌 삼청 매장은, 적색 외관을 지닌 성수 매장과 많이 달랐다. 성수가 넓게 펼쳐 놓은 매장이라면, 삼청은 그것을 3개 층으로 포개 놓은 곳이었다. 1층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2층에서 수령한 후, 거기서 마시거나 3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동선을 자연스럽게 분산 시키고 있었다.
커피를 받아 3층으로 올라갔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니, 이곳을 왜 두 번째 매장으로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왼편 창에서 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오피스 건물들

왼편 창에서 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오피스 건물들

3층에는 총 세 개의 창이 있었다. 왼편 조그만 창에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오피스 건물들이 보였다. 세련된 오늘날의 서울이었다. 정면 통유리 창에는 경복궁, 인왕산, 국립 민속박물관이 보였다. 아련하게 아름다운, 과거의 서울이었다. 고개를 돌려 오른 편을 바라보니, 삼청동 인근의 자잘한 빌라들이 보였다. 코리아 목욕탕과 함께. 푸근하고 정겨운, 우리들의 일상이었다. 올라오면서 2층 창을 통해 보았던, 오래된 한옥 기와들도 떠올랐다.

인왕산과 국립민속 박물관

인왕산과 국립민속 박물관

빌라들과 코리아 목욕탕

빌라들과 코리아 목욕탕

이곳에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가 섞여있었다. 너무나도 다른 풍경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다. 다채로운 서울의 매력을 한곳에 앉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었다.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삼청동의 매력을 블루보틀이 보여주고 있었다.

2층에서 바라본 한옥

2층에서 바라본 한옥

커피를 마시고 내려와, 1층에 비치된 커뮤니티 맵을 집었다. 지도에는 인근의 갤러리, 공방, 음식점, 빵집들이 표시되어있었다. 블루보틀이 바라본, 삼청동의 매력적인 이웃들이 궁금했다. 지도를 들고, 한 곳 한 곳 찾아갔다. 금속 공예품을 전시한 아원 공방을 지나, 떡볶이를 파는 풍년쌀농산이 보였다. 삼청동에만 있는 특색 있는 곳들. 비록 아직도 건물을 하나 건너면 공실이 보이는 삼청동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곳들이 살아남아있어 다행이었다.

삼청동 길을 한참 올라가니 질경이 우리 옷이 보였다. 돌아 내려오니, 골목 뒤편에 자그마한 빵집이 보였다. 스콘을 파는 가게, 마칸틴이었다. 빵들이 맛있어 보여 골고루 담았다. 플레인, 바질, 치즈, 말차 등등. 계산을 하며 사장님께 여쭤보았다. “언제 오픈하셨어요?” 작년에 오픈했다고 하셨다. 이상했다. 작년이라면, 공실이 너무 많아져, 모두가 삼청동은 끝났다고 했던 때인데. 왜 그때 이곳에 가게를 오픈한 것일까?

스콘이 맛있는 마칸틴

스콘이 맛있는 마칸틴

갸웃거리는 내게, 사장님께서 웃으며 추가 설명을 해주셨다. “저희는 이 옆에서 아따블르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17년간 운영하고 있어요. 제가 스콘을 정말 좋아하는데, 함께 그 맛을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국에서 스콘 만드는 법을 배워와서, 매장 옆에 이 스콘 집을 하나 더 차린 거여요. 아따블르에서 쓰는 좋은 식재료들을 함께 사용하니, 빵이 맛있답니다. 사장님은 맛을 보라고, 바질 스콘을 덥석 잘라 주셨다. 바질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스콘은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쳤다. 터줏대감이 이곳에 매장을 하나 더 낸다는 것은, 어두운 터널을 이제 조금 지나갔다는 시그널일까?

블루보틀 지도를 보며 삼청동을 한 바퀴 둘러보니, 과거의 거품이 많이 걷혀진 것 같았다. 이미 이 동네의 진검승부는 끝나있었다. 블루보틀이 왜 삼청동에 둥지를 텄는지 알 것 같았다. 서울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은 이곳은, 한껏 부풀어 올랐던 거품이 가라앉고, 단단해져 있었다. 포텐셜이 튼튼한 동네에 거품까지 걷혀있으니, 최적의 입지였다.

이 많은 공실이 차곡차곡 채워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오랜 시간 긴 호흡으로 장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블루보틀은 삼청동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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