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SPI

동네를 가꾸는 가게

2019. 09. 02·
박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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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분석하는 건물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이요. 그래서 진짜 소비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즘엔 카페를 열심히 다닙니다.

 

👉 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다 모아보기

오랜만에 양재천을 걸었다.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고, 왜가리가 걸어 다니는 양재천. 참 좋았다.

이십여 년 전, 양재천 복원 소식을 들었던 때가 떠올랐다. “그 지저분한 양재천이 깨끗해진다고요?” 고개를 갸웃했었다. 당시만 해도 양재천은 물고기가 있는 것을 상상 못할 만큼 탁했기 때문이었다. 어린 마음에, ‘저기는 너무 더러워서 구제불능이야.’라고 단정지었다. 그랬던 양재천이 깨끗해지고, 왜가리가 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고 있었다.

양재천을 걷다 개포동까지 내려가, 카페 Glyn에 도착했다. 포이 ‘근린’ 공원 뒤, 다세대 주택들이 모여 있는 동네에 위치해있었다.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에 위치한 Glyn. 동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입구가 예뻤다. 돌들이 깔려있어 인상적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입구에 있던 돌들이 가게 내부에도 있었다. 묘하게 밖과 안이 연결된 공간. 가게의 끝에는 벽 대신 유리 문이 있었다. 어니언이 유리를 사용하여, 공간을 넓힌 효과를 주었던 것처럼, 이곳도 유사한 문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교토스러운 내부이나, 일본식이라고 여기기엔 좀 더 밝고 세련된 느낌이 있었다.

음료를 주문했다. 핸드드립 커피와 생자몽주스, 나뭇잎 모양의 쿠키를 시켰다. 바로 짜서 만든 생자몽 주스는 신선했다. 커피는 몽타쥬에서 로스팅한 르완다 원두를 사용한다고 하였다. 적당하게 묵직하며 달콤했다. 맛있었다. 함께 곁들인 나뭇잎 쿠키도 고소하고 달콤하니 커피에 어울렸다.가격도 의외로 착했다. 로스팅을 하지 않는 가게임에도, 부담 없는 가격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니, 푸르른 나무들과 고양이 두 마리가 보였다. 아랫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라고 하였다. 공간의 안과 바깥 정원이 유리 벽 하나만 두고 연결되어, 유리창 건너편 고양이를 편안히 바라볼 수 있었다. 마치 공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 같았다.

왜 하필 여기에 카페를 오픈하셨나요?라고 여쭙자 사장님께서 수줍게 웃으시면서 대답하셨다. “원래 이 뒷길을 자주 걸었었는데, 숲이 참 좋았어요. 참 예쁜 동네인데, 동네가 삭막하게 어두워져가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고요. 제가 느꼈던 그 좋은 느낌을 담아, 이 공간을 살려보고 싶었어요.”

커피를 마시면서, 사장님의 이야기를 되새겨보았다. ‘동네를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사람이 결국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동네가 좋아지는 것, 하천이 깨끗해지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은 동네를 사랑한 누군가의 노력 덕분에,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좋은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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