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SPI

카페의 정석

2019. 09. 20·
박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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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분석하는 건물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이요. 그래서 진짜 소비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즘엔 카페를 열심히 다닙니다.

 

👉 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다 모아보기

정말 오랜만에 카페뎀셀브즈를 찾았다.
이곳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눈이 휘둥그레졌더랬지. 오페라 케이크 같은 디저트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시절. 인근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스터디를 빙자해 먹기만 했던 기억들이 지나갔다. 역시 어릴 적부터 먹고 노는 것에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졸업을 하며, 자연스레 잊고 있던 카페 뎀셀브즈. 지인이 맛있는 원두를 구입했다고 나눠주셔서, 상표를 보니 뎀셀브즈였다. 설마 추억의 뎀셀브즈예요? 라는 질문에 그는 씩 웃었다. 원두는 향과 맛 모두 좋았다. 예가체프 중에서도, 과실의 매력이 단연 돋보이는 생두였다. 생두의 선택은 탁월했고, 로스팅은 풍미를 잘 살리고 있었다. 원두에 대한 이해도가 확실히 깊은 집이었다.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겠다고 아버지께 원두를 나눠 드렸다. 맛을 보신 아버지께서는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커피 맛집이라며, 정말 좋아하셨다. 결국 원두를 좀 더 사기 위해 뎀셀브즈로 향했다.

점심시간 도착한 뎀셀브즈에는 많은 이들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오픈한지 17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건재했다. 유행에 민감한 카페 업은 오래 버티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그 오랜 시간을 견뎌내었을까? 잘 되던 때도 있고, 역풍을 맞던 때도 있었을 텐데.

입지 면에서 뎀셀브즈는 그리 탁월한 곳은 아니었다. 개발된 오피스 블록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었고, 건너편 삼일 빌딩은 공사 중이었다. 입지의 덕이라기보단 뎀셀브즈였기에,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들의 비결이 궁금했다. 찬찬히 매장 내부를 살펴보니, 메뉴의 구성과 가격이, ‘매출의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고 있었다

#자릿값은 2천 원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면, 2천 원이 할인되었다. 자릿값을 2천 원으로 명쾌하게 구분 짓고 있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2천 원만 내면 된다니. 점심시간 회사원들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았다. 자릿값을 낼 필요가 없는 그들이, 많은 유혹을 이기고 이곳까지 내려올 법 하였다. 좋은 품질의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었다.

#많이 팔면 된다
커피뿐 아니라, 원두의 가격도 저렴했다. 원두 한봉(150g)에 단돈 만 원. 25그램짜리 원두 샘플도 추가로 주고 있었다. 그램당 단가를 생각해봐도 원두의 가격은 저렴했다. 대량으로 커피를 수매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도매가로 판매하고 있었다. 원두도 맛있는데, 콩 가격까지 저렴하니 이거야 원 참.

#제대로 한다
원두를 사고, 커피를 테이크아웃을 할까 고민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케이크를 먹어야지.’ 하는 마음에 세트메뉴를 시켰다. 7,800원짜리 커피&케이크 세트를 주문했다.직원은 쇼케이스에서 마음에 드는 케이크를 고르라고 하였다. 한참을 고민하다 보기에 먹음직한 생과일 타르트를 골랐다. 예쁘기만 하면 어쩔까 고민했는데, 상콤한 과일 맛이부드럽고 쫀쫀한 치즈 크림과 어우러져서 입에 딱 맞았다. 흉내만 낸 것이 아니라, 재료의 배합 비율을 잘 지켜 만든 제대로 된 디저트였다. 빵 굽는 직원만 여섯 명쯤이라 했는데, 웬만한 빵집 못지않았다. 한국 베이커리형 카페의 원조인 이곳은 과연 원조다운 실력과 품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참으로, 카페업의 교과서 같은 곳이었다. 인스타그래머블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오래 버틸 수 있는 내공이 있는 곳이었다. 간결 명료한 비결을 가졌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깊은 내공을 지닌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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