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SPI

마시기 아쉬운 커피 한잔, 카페 씨스루

2019. 10. 18·
박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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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분석하는 건물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이요. 그래서 진짜 소비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즘엔 카페를 열심히 다닙니다.

 

👉 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다 모아보기

크리마트

경리단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카페가 있었다.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이강빈 바리스타의 카페, 씨스루. 유튜브에서 보았던 그의 다양한 크리마트 강좌, 인스타에서 보았던 스누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알라딘 등등 먹기엔 너무나 아까운 크림아트를 보면서 언젠가는 한번 가봐야지 했던 곳. 사람이 한 땀 한 땀 그렸다고 믿기 어려운 그런 크리마트를 만들어주는 카페.

언덕을 올라가, 씨스루에 도착했다. ”씨스루가 있어서 이 비탈을 올라가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올라가지 않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관에서부터 인스타 감성이 뿜어져 나왔다. 인스타로 알려지고, 인스타에 올리기 위한 음료와 디저트들이 포진한 진정한 인스타그래머블 카페였다. 이 비탈길 위에 누가 올까 싶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가득해서 놀랐다. 심지어 그중에 절반은 외국인들이라는 사실도.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을 글로벌한 홍보의 매체로 정말 잘 활용하는 카페였다.

크리마트를 완성하는 이강빈바리스타 

크리마트를 완성하는 이강빈바리스타

스카치노, 예뻣소다, 크리마트 세잔을 주문했다. 예쁘기만 하고 맛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섬세하게 공들여 만들어주시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그저 멋지고 쿨하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좋아서 집중하고, 진지하게 임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훈남 바리스타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모래시계도 함께 나왔다. 스카치노는 크림이 굳을 수 있으니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기 전에 드시면 좋다는 이야기까지 곁들여주었다. 어떻게 해야만 손님이 최적의 맛을 느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왼쪽으로부터 스카치노, 크리마트, 예뻣소다

왼쪽으로부터 스카치노, 크리마트, 예뻣소다

스카치노를 한입 마셔보니, 추억의 맛이 떠올랐다. 어릴적 먹던 인디언 아저씨의 스카치 캔디라고 해야 할까. 냉장 숙성한 커피 위에 크림과 코코아를 듬뿍 올리고, 그 위에 크림을 한 번 더 부어 완성한 커피. 거품이 흐르다 못해 잔 받침까지 넘쳐버린 이 더티커피는 특이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달달한 커피를 즐겨먹지 않는 나의 취향은 아니었지만, 다른 분들은 좋다고 하셨다. 그렇다. 커피 인구 중에서는 블랙커피만 주로 즐기는 사람도 있고, 믹스커피를 즐기는 사람도 있는데. 이곳은 아무래도 후자를 타깃한 느낌이었다.

먹기 아까운 크리마트도, 드라이아이스가 화악 올라오는 퍼포먼스가 멋졌던 예뻣소다도 좋았다. 메뉴도 가게 인테리어도 경리단에 참 어울리는 카페였다. 틀에서 벗어나 봉인 해제된 느낌이 동네와 맞아떨어졌다. 최소한 이 시간만큼은 일상에서 탈출하여, 휴가를 즐기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그런 곳이었다.

어떨 때 가장 보람을 느꼈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던 이강빈 바리스타의 이야기가 기억났다. “너무 피곤했던 날이었어요. 어느 손님 부부께서 크리마트를 해달라고 요청하셨죠. 거절을 하고 싶었는데, 알고 보니 두 분이 드실 것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 부탁하신 것이었어요. 아이가 아주 약간 조금 몸이 불편한 친구였는데, 거절을 할 수 없어 결국 만들어드렸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세상에서 정말 최고로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더라고요. 제 커피를 보고 정말 좋아해 주던 그 아이를 보고 알았어요. 내가 왜 계속 이것을 하고 있는지. 제 커피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보며, 힘들어도 열심히 해야지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 같아요.” .

로봇이 커피를 내리는 오늘날. 우리는 과연 사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묻는다. 요즘 로봇은 사람 대신 드립을 해주기도, 크리마트를 그려주기도 한다. 때로는 그 기계가 사람보다 더 균일하게, 지치지 않으며 커피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씨스루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알았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당신이 이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즐거워하면 좋겠습니다.”라는 마음을 담아 커피를 제공하는 것. 그것만큼은 로봇이 대신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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