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SPI

쿨한 동네, 따스한 공간

2019. 07. 26·
박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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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분석하는 건물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이요. 그래서 진짜 소비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즘엔 카페를 열심히 다닙니다.

 

👉 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다 모아보기

블루보틀이 두 번째 매장인 삼청점을 오픈했다. 화제를 몰고 온 성수동 매장을 오픈한지 두 달 만이었다. 그들은 로스터리와 트레이닝 룸을 성수동에 안착시킨 후, 차근차근 확장하고 있었다. 성수동 매장에 갔던 첫날이 기억났다.

일요일 아침이었다. 6시에 눈을 떠서, 나갈 채비를 했다. 도착한 시간은 7시 30분. 한 줄 정도의 대기가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줄이 길지 않았다.

블루보틀은 왜 하필 성수동에 “로스터리와 트레이닝룸”을 오픈했을까? 성수동은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타 매장으로 원두와 인력을 공급하기에 교통이 편리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매장”의 관점에서도 좋은 입지일까? 대기를 하면서 살펴보니, 의외로 괜찮은 것 같았다. 뚝섬역 1번 출구 바로 아래 위치한 블루보틀. 인근에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이 보였다. 적당한 숫자의 직장인과 거주민들이 있고. 외지인들도 찾아오는 독특한 감성이 남아있는 곳. 그곳이 성수동이었다.

블루보틀이 한국에 지점을 오픈하며, 매출 변동성에 관해 꽤 많은 고민을 했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초기에 손님들이 몰렸다가, 점차 줄어들 텐데.” 그들은 안정적인 입지 선정을 통해, 고민을 풀어내는 것 같았다.

8시부터 입장을 시작했다. 일층은 상당히 쿨하고, 지하는 따스했다. 둘의 대비가 선명해서 자연스럽게 끌려가듯, 발걸음이 아래로 향했다. 일층에는 로스팅 룸과 대기장소, 계단이 있었고, 그 외에는 바닥이 뚫려있었다. 지하 매장은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안쪽 트레이닝 룸, 중간의 커피 스탠드 그리고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었다.

1층에 커피를 제공하는 공간이 없다는 사실은 좀 낯설게 다가왔다. 일반적으로 매출은 일층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데, 왜 그랬을까? 로스팅 룸을 지하에 두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고. 기다리며 깨달을 수 있었다. 일층 바닥의 일부를 걷어내면서까지, 지하로 내려온 이유를. 지하 1층 가운데에 위치한 커피 스탠드는 마치 극장의 무대 같았다. 이들이 걷어낸 일층은, 정확히 커피 스탠드 위쪽의 공간이었다. 손님들이 자리에 앉아 바리스타가 커피 내리는 모습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연출하고 있었다. 1층의 유리창을 통해, 끌어모은 빛과 아래에 위치한 조명들이 바리스타의 시연을 비추고 있었다. 블루보틀은 커피와 굿즈 뿐 아니라, 환히 웃으며 시연하는 바리스타를 무대 위에 세우고 있었다.

커피 자체의 깔끔한 뒷맛을 좋아하는 나는 블루보틀의 드립 커피를 선호하진 않는다. 일본에서 처음 블루보틀을 접했을 때에는 바리스타의 실력 편차가 커서, 클린 컵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자세히 살펴보니 레시피 자체가 진하고 풍부한 맛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사실 깔끔한 뒷맛 보다, 진하고 풍부한 맛을 사람들은 오래 기억할 것 같았다. 블루보틀은 이를 알고, 대중을 공략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클린 컵의 문제는, 소량의 설탕을 추가한 뉴올리언스로 보완하고 있었다. 살짝 달콤한 뉴올리언스를 마시면, 풍부하고 진한 스페셜티의 커피 맛을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좀 더 편안하게 스페셜티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매장에서의 모든 과정이 매끄러운 것은 아니었다. 오픈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따금 운영상의 어려움이 보였다. 대기 줄이 긴 것은 물론, 특정 카드는 사용이 불가능했고, 매장 내에 쟁반이 없어 음료를 하나하나 따로 들고 와야 했다. 그런데 이러한 불편을 웃으며 넘길 수 있었던 이유는 직원들의 환한 웃음과, 친절한 응대 때문이었다. “죄송해요. 저희 매장에는 쟁반이 없는데, 음료가 많으셔서 불편하시죠. 앉아계시면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았다.

블루보틀이 파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애플처럼 쿨한 감성을 판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따뜻함을 팔고 있었다. 따뜻한 공간을. 대중을 배려한 메뉴를. 그리고 친절을 팔고 있었다. 붉은 벽돌 건물에서 커피를 마신 기억이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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