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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로 흥하다! 일본의 럭셔리 레스토랑

2020. 11. 20·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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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정말 신기하게도 한국과 닮아 있기도 하고, 정말 다른 점도 동시에 가진 나라입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아는 듯 모르는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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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 때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다.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 부터는 기분 좋게 한턱 내는 것도 좋아했다. 누굴 만날 때 제일 싫은 건 계산대 앞에서 머뭇거리는 것. 누가 낼지 애매한 상황이 되면 나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가 카드를 빼 들었다. 아마 한국 사람들 중엔 나와 비슷한 사람도 많을테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상황을 만나기 힘들다.

(사진출처=nec-solutioninnovators.co.jp)

보통 일본에서는 사람을 만나 밥을 먹거나 할 때 더치페이를 한다. 만일 친구와 모닝그를 먹으러 나가서 한사람은 498엔 짜리를, 다른사람은 502엔 짜리를 먹는다면, 누가 1,000엔을 내고, 대충 반 정도인 500엔을 받는 ‘적당한 계산법’이란 거의 없다. 음식도 정확하게 자기가 주문한 것만 먹는다. ‘이거 한입 먹어봐’라는 친절도 없다. 상대가 싫어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계산대에 가면 직원은 계산을 어떻게 하겠냐고 묻지만, 대답은 거의 ‘따로따로 할께요’다. 어차피 1엔까지도 계산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먼저 다 내고 나면 나중이 귀찮아 진다. 10, 20엔을 두고 ‘안받겠다, 나주에 주겠다’하는 실랑이를 몇 번 해보니 어쩌다 돈을 먼저 내더라도 이제는 그냥 정확한 금액을 말없이 받는다. 그제서야 일본 친구의 얼굴에는 안도의 표정이 떠오른다.

(사진출처 = nli-research.co.jp)

일본에는 ‘오미야게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작은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인데, 대부분 여행을 갔다 오거나 다른 사람의 집에 방문할 때 주곤 한다. 여기에도 룰이 있다. 가격은 대충 500엔~ 2,000엔(우리돈으로 5천 원~2만 원 정도) 정도로, 이를 넘어 부담을 주는 비싼 것을 사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물을 줄 때 가끔씩 친한 사이라면 비싸고 좋은 선물을 주기도 하지만 일본에선 비싼 물건은 부담을 주어 결국엔 상대방에게서 ‘오카에시(답례품)’를 받게 된다. 한번은 유치원에서 만난 아이친구의 엄마에게 한국에서 사온 약간 고가의 선물을 주었다가 더 비싼 오카에시를 받아, 서로 3번 정도 가격을 조금씩 내려가며 오미야게 주고 받기를 계속했던 적도 있다. 그 이후, 누구에게도 절대로 비싼 물건을 함부로 선물하지 않게 되었다.

지난해 동경의 신칸센역 오미야게 순위 1위를 한 아토리에 우카이. (사진출처 = jalan.net)

오미야게나 더치페이나 모두 빚을 지고 싶지 않은 기본적인 일본의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오미야게를 들고 친구의 집을 방문할 때 그 집에 들어가 차라도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아니고 잠시 선물만 건네주고 오는 경우라면, 집주인은 자기도 그에 준하는 답례품을 미리 준비한다. 혹시 시간이 없어 답례품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다음번 만날 때에 반드시 비슷한 수준의 답례를 한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선물을 받으면 답례를 위해 받은 선물의 가격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선물을 주며 이건 지난번의 답례라고 콕찝어 이야기 한다. 상대방이 새로운 선물을 받았다고 오해를 해 다시 답례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일본의 어디 도시를 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오미야게 숍. (사진출처 = omiyadata.com)

일본에 온 초창기에 있었던 일이다. 살고 있는 맨션에서 일본 친구들이 생겨 친해지게 되자 점심모임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당시 한국에서 온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터라 그 제안을 한 사람이 그날 음식을 사는 분위기 인가 잠시 생각했었다. 혹시나 그 친구가 사게 되면 난 다음 번에 내가 산다고 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도착하니 미슐랭의 별이 붙은 생각보다 훨씬 좋은 곳이었다. 이 비싼 음식을 누가 내긴 힘들겠다는 생각에 어떤식으로 더치페이를 할지 궁금해졌다. 이윽고 계산을 할 때가 되자 다들 자연스럽게 핸드폰의 계산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누가 어떤 음료수를 몇 잔 마셨는지, 어떤 플러스 요금의 요리를 시켰는지 체크한 뒤 직원에게 네 명의 계산을 따로 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이런 류의 레스토랑에서는 그래도 체면이 있으니 먼저 한사람이 내고 나중에 넷이 대략적인 금액을 나누는 시스템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그런 체면치레는 존재하지 않았다. 식당에서 ‘자기가 먹은 건 그 자리에서 다 낸다’라는 결연한 자세가 있을 뿐이었다.

오사카의 럭셔리 스몰 프렌치 레스토랑의 하지메의 샐러드. (사진출처 = hitosara.com)

역시 하지메의 예술같은 요리. (사진출처 = r-tsushin.com)

일본사람들은 검소하다고들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음식을 만들때도 남기지 않을 만큼 만들어 담고, 목욕물도 아껴 쓴다. 차도 그렇다. 수준에 맞는 한계에서 최대한 좋은 차를 타는 것이 한국사람이라면, 일본사람은 필요한 최소 수준의 차를 고른다. 그래서 거리엔 작은 차가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레스토랑으로 가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일본에는 럭셔리한 소규모의 레스토랑이 아주 많다. 호텔도 아닌 테이블 10개 이하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우리돈으로 15만 원~ 30만 원 이상을 하는 메뉴를 하는 곳이 많고, 또 최상급 부유층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이런 곳을 쉽게 찾는다는 건 의외의 발견이었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일식, 이탈리아식, 프랑스식, 지중해식 등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하는 럭셔리 레스토랑이 다수 존재한다. 그중 일본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은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이런 것들을 보면, 일본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는 검소하지만 특별한 외식 만큼은 마음껏 사치를 하는 듯 보였다. 2017년엔 전세계 미슐랭 쓰리스타 보유국 순위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일본이 1위를 하기도 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역시 그랬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오사카 시내의 미슐랭 3스타의 프렌치 레스토랑 하지메의 심플한 실내 전경. (사진출처 = foodion.net)

우리나라의 문화가 서로 돌아가며 음식값을 내는 ‘정’의 문화라 식당을 비싸고 좋은 곳으로 가게되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인들과 한끼 정말 비싼 밥을 먹으러 가도 그걸로 끝이 나기에, 다음 번에도 서로 부담없이 그런 자리를 가질 수 있다. 계속된 디플레이션으로 전체적인 일본의 부동산과 물가지수가 조금씩 하락하고는 있지만, 이런 완벽한 더치페이 시스템이 있기에 고급 레스토랑의 수가 꾸준하게 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제와 다시 생각해 보면, 일본 사람들의 검소함에 비해 그들과의 한끼 점심 모임의 식사 장소가 꽤나 부담스러운 가격일 때가 많았다. ‘경기가 안좋다’고 하면서도, 일본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은 늘 예약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오사카의 한 유명 레스토랑인 ‘루퐁도세루(역시 일본인이 사랑하는 프렌치다)’는 예약이 어려워 한 달 전에만 예약이 가능한데, 매일 그 한 달 후의 예약 전화는 연결이 안된다. 이럴때면 지금이 불경기가 맞긴 한건가? 되묻게 된다.

오사카 기타하마에 위치한 미슐랭 스타의 프렌치 레스토랑 루퐁도세루의 입구. 사진출처=walkerplus.com

오사카만 해도 자세히 살펴 보면 오사카 시내의 우츠보 공원(靭公園) 주변의 거리가 예쁘게 잘 정돈된 곳, 깨끗하고 세련된 키타하마(北浜) 도시 강가에는 이런 스몰 럭셔리 레스토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주변의 토지와 부동산은 계속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것은 오사카 뿐만 아니라 도쿄나 후쿠오카, 나고야 등 대도시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살 때 한 어른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새로 알게 된 친구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폐를 끼쳐가면서 더 끈끈하게 친해져 가는 거라고. 하지만 일본의 문화는 정 반대다. 가족이든 친구든 서로 절대로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일본의 더치페이에는 작은 틈도 없다. 하지만, 그래서 얻어지는 자유로움이 있다. 그 자유로움으로부터 발생한 소비자의 편안한 소비욕구가 일본의 럭셔리 레스토랑과 그와 관련된 리테일을 발전시키는 원인 중 하나가 된 것일 수 있다.

교토의 스몰 럭셔리 레스토랑 라파미유 모리나가의 실내. (사진출처 = ikyu.com)

(사진출처 = ikyu.com)

왜 이렇게 일본 사람들은 병적일만큼 더치페이에 집착하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어릴적부터 부모들에게 들어온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된다’는 교육때문인듯하다. 그들이 1엔 조차도 철저히 더치페이를 하는 것은 정이 없다기 보다는 남에게 피해를 안끼치기 위한 방법인것이다.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가에 극도로 민감한 일본 사람들이기에, 의도가 어떻든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 즉, 욕먹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이들이 생각하는 ‘잘사는 방법’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치페이도, 오미야게를 주고 받는 방법도 완벽한 룰에 의해 움직인다. 그 법칙안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작은 즐거움을 찾는다. ‘다음’을 남기지 않는 더치페이, 그것이 그들만의 삶의 미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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