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SPI

유니크한 건물, 의미를 품은 공간

2020. 12. 11·
최지혜
0

직업병처럼 상해를, 중국을찬찬히 뜯어보며 분석해보는 걸 좋아하는 최지혜 작가의 상하이 이야기. 미국, 캐나다, 한국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알아보는 상하이의 라이프 스타일을 살펴봅니다.

 

👉 상상(想想) 상해 모아보기

뉴스에 종종 중국의 유니크한 건물이 소개되곤 한다. 크나큰 대륙곳곳에 빼어난 자연환경 및 역사적 유적 등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관광객 유치 목적 등이 어울려 각종 컨셉의 기상천외한 건물들을 많이 짓는다.

중국 후저우(湖州)에 위치한 쉐라톤호텔 건물, 중앙이 뻥 뚫린 독특한 원형 디자인으로 일명 도넛호텔, 말굽호텔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진출처=직접 촬영)

중국 하이난(海南) 싼야에 위치한 Beauty Crown Tree Mansion, 나무 모양의 건물 형태도 유니크할 뿐 아니라 마치 레고로 만들어놓은 듯한 건물의 느낌도 독특하다. (사진출처=大众点评)

명실상부 국제도시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상해는 와이탄 거리, 푸동 마천루 삼총사, 중화예술궁 등 이미 명성을 떨치는 건물들이 많지만 상해 외곽쪽으로도 계속 개발이 확장 진행되며 눈을 번쩍이게 하는 특이한 건물들이 최근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인터콘티넨탈 호텔이다.

상해 서남부 송장 지역에 위치한 인터컨티넨탈 호텔, 호텔 건물이 완전히 지하로 푹 꺼져있어 독특함을 넘어선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사진출처=직접 촬영)

지하로 푹 꺼진 신기한 형태의 이 호텔은 상하이 서남쪽에 위치한 송장(松江) 지역에 새로 지어진 후 ‘건축물의 기적’이라 불리며 큰 놀라움을 안겨줬다. 폐채석장을 개발해 만든 ‘Intercontinental Shanghai Wonderland’는 다른 여느 건물들과는 달리 로비가 제일 높은 층이자 유일한 지상층이고, 지하 16층까지 아래로 내려가며 객실이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 로비층이 1층이지만 마치 그 호텔의 루프탑 혹은 꼭대기층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곤 한다. 푹 꺼진 넓은 땅에 낮게 낮게 내려가 있는 건물을 고개를 한껏 숙여 내려다보고 있으면 스카이스크래퍼를 올려다볼 때와는 또 다르게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느낌도 들고 뭔가 새로운 세상에 진입하기 직전 같은 설레임마저 느껴진다.

마천루를 올려다볼 때와는 또 다르게 새로운 세상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설레임을 준다. (사진출처: 직접 촬영)

이 지하 호텔은 영국 건축가 Martin Jochman이 설계한 건물로 그 높이가 지하 88미터에 이른다. 넓은 지하 구덩이 속에 지은 건물인데다 폐채석장의 절벽과 바위돌들의 안전성 이슈, 인공호수 조성 등 까다롭고 난이도 높은 건설 환경으로 공사기간만 약 10여 년에 이르렀던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세계 최초로 버려진 채석장을 기반으로 한 지하 호텔이라 완공 이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고, 공간의 특이성, 건물 디자인의 유니크함, 설계 및 건설의 어려움 등으로 ‘세계 건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건물인 만큼 실제 호텔의 모습을 보면 아름다움과 놀라움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온다.

호텔은 총 18개 층으로 이 중 16개 층은 지하층이고 특히 그 중 2개 층은 심지어 물 안에 지어진 아쿠아리움으로, 물 속 공간의 느낌을 충분히 활용해 아쿠아리움을 조망하는 레스토랑과 객실을 구성하여 또 하나의 호텔 시그니처로 자리잡았다. 지하로 푹 꺼져 있는 호텔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충족시키고도 남는데, 지하 맨 아래층을 수중에 건설하고 내부는 아쿠아리움으로 구성해 볼거리를 배가시킨 셈이다. 지하로 파내려간 호텔 아래 인공호수를 조성한 덕분에 건물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도 준다.

지하 아래 인공호수를 조성해 호텔 건물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수중에 지하 맨 아래층을 지은 후 내부를 아쿠아리움으로 꾸며 또 하나의 호텔 시그니처로 자리잡았다. (사진출처:=大众点评)

지하 호텔 건물의 형태는 눕혀진 S자 모양의 올록볼록한 모습으로 공간감을 극대화했고, 아래로 둥그렇게 파여진 호텔 주변은 인공호수를 중심으로 빙 둘러가며 바위 절벽과 곳곳의 나무들로 옛 공간의 형태를 보존해 고유의 운치를 살리고 있다. 하룻밤에 40~50만원씩이나 하는 고가의 숙박료 탓에 머물기 쉬운 호텔은 아니지만 호텔 로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특이한 호텔 뷰, 지하로 내려가 지상으로 뻗어올라가는 건물 뷰, 아래로 넓게 펼쳐진 인공호수와 채석장 바위 절벽들이 이루어내는 공간의 즐거움이 커서 시간을 보내는 의미와 가치가 충분했다.

지하 채석장 바위절벽에 폭 둘러싸여 있는 듯한 호텔 건물. 눕혀진 S자 모양의 올록볼록한 모습으로 공간감을 더 극대화했다. (사진출처:=大众点评])

상해의 유니크한 공간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건축물은 앞서 언급한 인터콘티넨탈 호텔과 같은 지역인 송장에 위치한 광푸린문화유적지(공원)이다. 광푸린문화유적지(广富林文化遗址)는 ‘상해의 뿌리’라 불리며 뼈바늘을 비롯한 다양한 옛유적이 발견된 지역을 넓고 아름다운 유적지 공원으로 조성했다. 특히, 지붕을 제외한 박물관 건물의 중심부가 물 아래 잠기도록 설계해 물 위에 피라미드처럼 지붕만 솟아올라와 있는 독특한 형태의 구조물이 무척 아름답다. 물 아래 전시관 공간이 숨어져있으리라곤 짐작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우연히 그 곳을 지나가게 되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꼭 다시 한 번 와보리라 생각하게 되는 곳이다.

건물의 중심부가 물 아래 잠겨 있어 지붕이 피라미드처럼 솟아올라와 있는 독특한 형태의 건축 스타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출처:=직접 촬영)

물 위에 솟은 지붕 아래 수심 6미터에 지어진 박물관 내부의 디테일 또한 감동이다. 중국의 구석기/신석기 시대부터 현대까지 마치 타임슬립처럼 각 시대를 느끼고 볼 수 있도록 설계된 전시관은 그 구성과 디테일이 기대 이상이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배를 타고 쭈욱 돌며 왼편, 오른편에서 갖가지 동화나라를 구경할 수 있는 놀이기구와 비슷한 느낌이다. 중국은 보통 넓은 공간과 막대한 자본 투하로 스케일은 웅장하나 디테일이 부족해 용두사미처럼 느껴지는 곳들이 종종 있었는데, 광푸린 수중 전시관은 끝까지 긴장감있는 구성을 놓지 않고 있어 볼거리가 풍부했고 잠시 수중 타임머신을 타고 구경갔다 올라온 기분이었다. 4년 전 처음 중국에 왔을 때 다소 실망했던 공간/콘텐츠 디테일의 부족함이 현재 많이 메워진 느낌으로 요즈음은 겉모습의 웅장함 뿐만 아니라 내부의 구성도 기대 이상인 경우가 많다.

수심 6미터 물 아래 잠겨 있는 전시관 내부. 걸어가며 중국의 과거부터 현대까지 마치 타임슬립처럼 관람할 수 있다. (사진출처: 직접 촬영)

수중 전시관 뿐만 아니라 하나의 테마파크처럼 아주 넓게 조성된 공원 안에는 리조트형 호텔은 물론 끝없이 펼쳐진 숲길, 곳곳에 지어진 선사, 식당, 서점, 카페 등 볼거리가 많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피라미드형 지붕의 유니크함에 이끌려 가 본 곳이었는데 물 아래 전시관부터, 고전미를 살리며 지어진 각종 건물들까지 볼거리가 쏠쏠했다.

하나의 테마파크처럼 꾸며놓은 광푸린문화유적지. 슬슬 산책하듯 걸으며 고전미를 살린 건물들, 선사, 서점, 카페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출처:=직접 촬영)

넓은 대륙의 땅덩어리와 막대한 자본으로 중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독특한 건물이 많다. 하지만 독특함만이 있다면 호기심에 의한 일회성 소비로 끝날수밖에 없지만 폐채석장을 개발해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지하 호텔을 만드는 공간의 보존과 재해석, 그리고 유적공원의 화려한 볼거리와 물 위에 뜬 지붕 수면 아래 감춰진 충실한 콘텐츠 등 의미를 담고 있는 공간이 되면 마음에 남는 방문이 될 수 있다. 여전히 속도감 있게 발전중이고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은 공간들이 넘쳐나는 중국의 건물들이 앞으로도 기대되는 이유이다. 몇 년 전 즈음부터 상해의 건축물을 보기 위한 목적을 갖고 여행 혹은 탐방 오시는 분들이 계신다고 얘기를 들어왔는데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고 있는 상해의 건물들이 향후 점점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콘텐츠의 저작권은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SPI)에 있으며, 무단 캡쳐 및 불법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0개의 댓글

댓글 등록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