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SPI

코로나가 바꾼 세상

2020. 03. 06·
박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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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궁금했습니다. 그들을 탐험하는 지혜의 눈(智眼)을 가지고자, 지안기행을 기록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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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바뀌고 있다.

불량 주부인지라 대부분의 식사를 늘 밖에서 사 먹었는데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의도치 않게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집에서 먹게 되었다. 밖에 다니는 것이 누군가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종종 가던 카페들의 방문조차 망설여졌다.

나는 원체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 가급적 물건은 가게에서 직접 확인하고 산다. 코로나가 확산되며 어쩔수 없이 쿠팡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어랏, 이거 꽤나 편리했다. 물건을 주문하는 것, 그조차도 귀찮을 때는 배달의 민족 앱을 사용한다. 솔직히 코로나가 퍼지기 전까지는 배달의 민족 앱이 이렇게 많은 우량 업체들을 커버하는 줄 몰랐다.

사람은 관성의 동물인지라 새로 나온 기술을 체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살아오던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쿠팡이 편한 줄 알면서도 마트에서 장을 보던 나의 습관도 관성 때문이 아니었을지. 코로나는 그 관성을 깨고 새로운 습관과 관성을 심어주고 있었다.

재택근무를 하던 중 갑자기 커피가 매우 마시고 싶어졌다.

어떻게 커피를 마실까 잠시 고민을 했다. 드립백을 사용할까? 커피 티백을 사용할까? 조금 남은 원두를 갈아서 마실까? 그 모든 방법이 내키지 않았다. 내가 만들어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 누군가 정성껏 만들어 준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원래 가장 맛있는 커피는 남타커 (남이 타 준 커피)라고 하지 않던가.

고민하다 배달의 민족 앱을 켰다. 검색창에서 ‘커피’를 검색하니, 580여 개의 카페가 나왔다. 신기한 것은 프랜차이즈 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처음 보는 곳이었다. 아니, 왜 이 동네의 수많은 커피집이 배달을 안 한단 말인가! 물론 커피를 배달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배송하는 과정에서 음료의 온도가 바뀌고 맛이 변하기 쉬운데 날카로운 후기로 질타를 받으며 용기 있게 배달 서비스를 실행할 카페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어쨌든 아쉬운 마음에 리뷰가 좋은 순을 따라서 후기 찾아보기 시작했다. 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김대기 커피 스쿨’.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한 이름이다. 2002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오래 버틴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아이스 밀레 라떼와 따뜻한 브루잉을 한 잔씩 주문했다.

정확히 47분 뒤 커피가 도착했다. “어후 얼음 다 녹았겠네.” 싶어 걱정스레 문을 여는데 이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배달의 민족 아저씨께서 활짝 웃으며 커피를 건네주었다. 봉투를 열어보니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온도를 유지할까?” 궁금했는데 이 카페 사장님은 아주 원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전달하고 있었다. ‘따뜻한 커피에는 핫팩을, 아이스 커피에는 아이스팩’을 담아서 포장해 주셨다.

시원한 아이스 커피에 눈길이 가서 냉큼 마셔보니 시원하고 달콤 고소한 커피에 속이 다 후련해졌다. 큰 얼음을 사용해 대부분의 얼음이 녹지 않았다. 아카시아 꿀이 조금 들어가 과하지 않게 달콤하고 유기농 우유가 들어가 진하고 고소한 라떼였다. 이 사장님은 보이지 않는 손님이 어떻게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맛있게 마실지 고민하며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이 정도면 시켜서 마실 법한 커피였다.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온라인 앱을 통해 카페를 선택하는 것은 찾아가서 카페를 고르는 것과 완전히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매장에서 커피를 마실 때는 ‘공간, 서비스, 맛’이라는 3대 요소를 고려했다면 온라인 앱에서는 ‘공간’이 빠지고, 업체가 쌓아온 ‘후기’와 ‘맛’이 선택의 기준이 되었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에 인스타그래머블한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먼 거리를 달려오는 동안 얼마나 온도를 유지하며 처음 그대로의 맛을 잘 전달하는 지가 중요했다. 전달 시간이 길어짐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업체를 고르고 싶었다.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의 관성이 깨졌다.

나 같은 아날로그 소비자도 온라인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새로운 습관이 생겨났고, 이러한 관성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즉,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새로운 시장은 기존의 시장과또 다른 룰이 적용된다. 어쩌면, 제품의 본질과 그 제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에 더욱 집중한 싸움이 되질 않을까? 바뀌는 시장에서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어떤 것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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