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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는 왜 유독 일본에서 인기일까? 세컨 핸즈의 나라, 일본

2020. 07. 17·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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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정말 신기하게도 한국과 닮아 있기도 하고, 정말 다른 점도 동시에 가진 나라입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아는 듯 모르는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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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가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 중 얼마 전 흥미롭게 본 기획 특집 중에, ‘팔려는 자와 사려는 자의 대결!’이라는 방송이 있었다. 내용은 어떤 중고명품 숍 바이어의 하루를 다룬 기획으로, 한 고객이 명품의 중고 전문 매장을 찾는데서 시작한다. 이 매장은 오사카의 신사이바시 근처에 위치한, 꽤나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한 여성이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의 커다란 명품 가방이 들어간 쇼핑백을 열 너댓 개쯤 가지고 들어 선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말투와 행동으로 짐작컨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가량의 여성이다. 매장의 바이어 겸 숍 매니저는 손님과 친숙한 듯 인사를 한 뒤, 바로 계산기를 꺼내 두드리며 가방의 가격을 매기기 시작한다. 모두 엄청난 고가의 가방이지만, 일단 그는 매의 눈으로 가방의 상태, 모델, 희귀성 등을 체크한 후, 고객에게 가방의 가격을 제시한다. 두둥! 하고 음악이울리면서 그 손님과 매니저의 대결이 시작된다.

일본의 명품 중고숍의 전시품. 보통 매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고가의 물건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출처=courrier.jp

매니저는 이익을 남기기 위해 가능한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 하지만, 당연히 조금이라도더 비싸게 팔고싶은 손님은 머리를 굴려가며 대답한다. ‘다른 매장에서 주겠다는 값과 비교해 더 좋은 가격이 아니면 가방을 들고 나가겠다’고. 한편, 좋은 물건은 곧 수익으로 이어지기에, 절대로 상품을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매니저는 눈치를 살피며 다시 가격을 제시한다. 결국, 손님과 매니저가 원하는 가격대를 맞추기 위한 실랑이는 열 몇개 가방의 가격 책정이 끝나기까지 약 한시간 반 가량이 소요되었고, 결국엔 매매가 성사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백만엔(한국돈으로 약 천만원)이 훌쩍 넘는 큰 돈을 손에 쥔 손님은 그 후에도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건네 받은 두둑한 돈 봉투를 손에 들고, 그 가게에 진열된 물건을 찬찬히 둘러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이 가지고 싶어했던 브랜드의 신상품 중고 가방을 하나 구입해 돌아가게 된다.

일본의 중고 명품숍의 모습. 보통 자신의 명품 가방을 가지고 가서 팔기도 하고,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기도 한다. 사진출처=Kaitori-queen.jp

일본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듯, 명품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꼭 부자가 아니더라도, 비싼 가방 또는 옷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거리엔 외국의 유명 브랜드의 직영 매장도 많지만, 이 방송에서 본 것과 같은 중고 매장도 수없이 많다. 특히, 이런 매장이 활성화된 이유 중 하나는 본 매장에서도 쉽게 구하기 힘든 에르메스의 버킨이나 켈리같은 최고가의 브랜드 가방을 쉽게, 그리고 조금은 저렴한 가격(하지만 생각보다 싸지 않음에도 놀랐다!)에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브랜드의 경우도 마찬가지. 전문 매장에선 신상품 이외의 희귀한 아이템을 쉽게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에 전시된 고가의 브랜드 가방 중엔 해외에서 구입을 해 잠시 사용하다 다시 나온 고 퀄리티의 유니크한 제품을 좋은 가격에 만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런 중고명품 매장엔 일반 고객 이외에도 중국이나 다른 해외의 바이어들까지 원하는 가방을 찾으러 온다.

일본의 중고 명품숍 매장의 모습. 보통 매장처럼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어 쇼핑을 즐기기에 좋다. 사진출처=Kashi-kari.jp

그렇다면 일본엔 이런 고가의 명품 브랜드만 중고 숍이 있을까? 그렇진 않다. 일본엔 정말 다양한 중고 매장이 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중고 매장도 우리나라와 같이 소규모의 숍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의 매장도 많고, 그 매장들이 심지어 체인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핸드 오프, 세컨 스트리트, 북 오프, 오프 하우스, 게오 등이 있다. 이런 대규모의 중고 매장에서는 브랜드 가방, 구두 등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을 위한 옷, 책, 가구, 전자제품, 게임 관련 상품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걸친 중고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숍들은 시내의 중심가에서는 작은 규모로 운영하고 있지만, 조금 한적한 주택가나 시외곽에서는 큰 건물을 짓고 하나의 브랜드 매장처럼 자리를 잡고있다. 그리고 이런 체인점 형식의 중고 매장 이외에도, 도심의 빌딩 사이사이에 ‘보물찾기’, ‘리사이클 드림’ 등의 이름을 붙인 개인 중고 숍을 운영하는 곳들도 심심찮게 발견할수 있다.

BOOKOFF SUPER BAZAAR. 옷부터 가구, 책까지 다양한 장르를 판매하는 체인점 북오프. 사진 출처=atpress.ne.jp

이것 뿐인가! 온라인에서도 역시 중고 매매는 활발하다. 그 중에 일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 바로 ‘야후 옥션’과 ‘메루카리’라는 두 곳이다. 야후 옥션은 야후 재팬이 제공하는 인터넷 옥션 서비스로 경매를 컨셉으로한 곳이다. 출품하는 사람이 가격을 제시하거나 시간을 제시해 그 가격에 도달하거나 시간이 끝났을 때 가장 높은 가격을 매긴 사람에게 물건이 돌아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면, 메루카리는 단순한 중고 마켓이라기 보다는 ‘물건 공유 서비스’에 가깝다.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모바일 프리마켓’이다. 일본의 최근 불황에 따른 새로운 소비 방식이라는 포맷아래, 간편하게 핸드폰 결제로 매매가 이루어진다. 가격은 미리 판매자가 정하고, 구매자가 이에 동의하면 즉시 판매가 된다. 물건을 등록하는 것은 무료이고, 구매자나 판매자의 사적 정보가 철저히 보호되기 때문에 여성 고객에게도 인기가 많다. 또한, ‘안심 매매 시스템’을 갖추어 구매자의 수취가 확인되어야만 판매자에게 금액이 송금된다. 이런 여러가지 편리성으로 인해 그 동안 온라인 중고 매매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던 많은 여성들이 메루카리를 애용하고 있다. 이제 메루카리는 남성이 대부분이었던 일본 중고 시장에 여성을 유입시킨 성공한 중고 매매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메루카리 앱의 광고 사진. 다양한 장르의 물건들을 편하게 사고 팔 수 있는 앱이다. 사진 출처=mercari.com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일본 사람들은 중고 매매를 좋아하는 것일까? 사실, 이전에도 일본의 중고 매매 시장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지만, 최근 들어 더욱 급격히 늘어났다. 예전의 중고 시장이 명품이나 자동차 등을 위주로 쉽게 살 수 없는 높은가격의 물건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요즘의 중고 시장은 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 매매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

길거리를 걸어가다가 쉽게 들릴 수 있는 중고 매장 체인 세컨 스트리트. 사진 출처=oharadesu.com

그 이유로 아무래도 장기화된 경기침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본의 경기는 30년 동안 좀체로 회복되고 있지 않으며, 임금도 당연히 제자리 걸음이다. 앞으로도 언제 경기가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일본인들의 소비 패턴이 변할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지갑을 여는데 더 망설이게 되고, 새 물건을 고집하기 보다는 같은 값이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중고 물건을 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혹시 새 물건을 산다고 하더라도, 그 물건의 중고 시세를 확인하고, 그가격이 합당한지 생각한 후 새 물건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

시외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사이클 숍, 토레화크(트레져 팩토리). 옷부터 가전, 가구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사진 출처=Treasure-f.com

또, 장기간 일본에 살면서 느낀 또 하나의 이유는 일본사람들의 오랜 관습에도 있다. 바로, ‘못타이나이 정신’이다. 일본말로 ‘아깝다’는 뜻의 ‘못타이나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일본인들에게 자리잡은 소비 정신 중 하나다. 작은 물건 하나도 함부로 쓰지 못하는 검소한 소비 문화가 그들 사이에는 아직도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면, 식사문화도 그렇다. 손님에게 다 먹지 못할만큼 풍성하게 식탁을 차리는 것이 예절이었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다먹을 수 있을 만큼만 차리는 것이 일본의 식탁 예절이다. 그릇을 싹싹 비워 차려진 모든 음식을 다 먹을 수 있어야, 차린 사람도 먹는 사람도 만족한다.

일본의 가정에서 먹을 법한 상차림. 일본 사람들은 밥을 남기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진출처=tetsusism.com

 또 하나의 못타이나이 문화는 집의 목욕탕이다. 이것은 내가 일본에 와서 좀 놀란 일본문화 중 하나인데, 집의 목욕탕에 물을 받아 온 식구가 돌아가면서 몸을 담그는 것이다. 일본사람들은 샤워보다는 탕에 몸을 담그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목욕 도구나 입욕제도 다양하다. 처음 목욕하는 사람이 목욕탕에 물을 넣고 향긋한 입욕제를 넣어 탕을 만들면, 물을 버리지 않고 온 식구가 사용한다(심지어 그 물을 나중에는 세탁기의 물로 활용하기도한다. 정말 대단하다!). 한국에선 이런 집이 흔치 않지만, 일본에선 목욕탕 물을 아끼기 위한 당연한 습관이다.

일본의 일반적인 주택의 목욕탕의 모습. 사진 출처=clean-house.jp

다시 말하면,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한 번 물건을 사면, 잘 못 버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지, 집에 물건이 많아 집안 정리 정돈을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엔 ‘버리고 정리하자’라는 것이 꽤 큰 사회적 이슈가 될 정도로 물건을 버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물건을 버리는 대신,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거나, 중고 매장에 파는 것들이 습관화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주택가에 위치한 중고 판매점 게오. 이런 곳엔 주로 게임이나 가전 종류가 많다. 사진출처=geo-online.co.jp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생각보다 많이 다른 일본의 모습을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세계에서도 잘 사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생활하는 모습은 많이 소박한 느낌이 들었다. 거리는 화려하기보다는 차분했고, 내 생각에 일본 사람들은 작은 것 하나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아끼는 모습이었다.

시외 주택가에 위치한 리사이클 숍 드림(Dream). 직접촬영

어쩌면, 일본의 경제 발전이 답보 상태에 있기 때문에 중고 숍이 많은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중고 숍이 발달하게 된 건, 일본의 ‘못타이나이’ 문화에서부터 필연적으로 일본인에게 자리잡은 습성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예전엔 명품 숍으로, 그리고 대규모 중고 체인점으로, 그리고 이젠 인터넷 중고 쇼핑으로 발전하게 된 건 아닐까 싶다. 나도, 일본에 16년을 살면서 많이 변한 부분이 있다. 예전엔 무조건 새 것, 좋은 것이 아니면 싫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제일교포인 남편도 가지고 있는 ‘못타이나이 정신’이 좀 싫었던 적도있다. 하지만, 요즘엔 나도 가끔씩 메루카리를 들여다 보며, ‘이거 상태가 좋은데 꽤 싸네?’ 라고 생각하면서 변한 내 모습에 흠칫 놀라기도 한다. 그러나, 물건이 넘쳐나는 요즘, 재활용의 일환이 되는 중고 제품을 쓰는 건 그리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나도머지않은 미래에 ‘메루카리’에 물건을 업로드 하는 날이 올 것 같다.

대학가 근처의 소규모 중고 매장.  저렴한 제품들이 많아 혼자사는 대학생들에게 인기다.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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