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SPI

[CEO의 서재]『공간의 미래』

2021. 06. 27·
김정은
0

지난 8년간 매달 말일, 개인 SNS에 그 달에 읽은 책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매달 6~ 8 권의 책을 읽는데요, 은퇴 후 독립 서점 주인이 꿈이기도하고, 한때는 책을 권해주는 ‘북소믈리에’ 가 되고 싶었습니다. 안젤라의 서재를 통해 작으나마 그 꿈을 미리 이뤄보려합니다. 저만 읽기 아까운 좋은 책,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보겠습니다.

 

👉 안젤라의 서재 모아보기

안녕하세요. 김정은입니다. 오늘 안젤라의 서재에서 소개할 책은 건축가 유현준 씨의 ‘공간의 미래’입니다. 저희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독자 여러분 대부분이  공간과 관련한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한 번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저자인 유현준 건축가의 이전작들보다 훨씬 더 철학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간 이 책은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세상에서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비대면의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지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예측을 담고 있습니다.

『공간의 미래』 유현준 저/ 출처=교보문고

저자는 이책에서 코로나 이후 우리의 주거생활, 학교와 선생님의 역할, 종교시설, 업무공간의 변화, 도시화의 미래, 공원과 지하 물류 터널, 그린벨트의 효용과 머지않을 시대에 화두가 될 DMZ 활용법, 상업시설의 미래, 청년의 주거문제, 국토의 균형발전과 공간으로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 등 공간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는 물론 기후변화와 전염병이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예측 등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 하며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취하는 행동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풍요로워질수도 더 척박해질수도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공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하는 저자에게 깊게 공감할 수 밖에 없어 SPI 독자 여러분도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거공간

우리가 떠올리는 가장 일반적인 ‘공간’은 우리가 살아가는 ‘주거공간’일 것 같습니다. 저자는 아파트의 발코니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요즘 대부분의 아파트 거주자들이 공간 확보를 위해 발코니를 없애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발코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발코니의 유무가 고급아파트의 척도가 될 정도로 그 중요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사적인 외부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저 또한 최근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사실 발코니는 사적인 외부공간의 역할 이외에도 화재나 재난 발생 시 무척 요긴한 장소이니 발코니의 부활은 진정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공간의 필요성이 변화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주제였습니다.

유현준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아페르 한강’/ 출처=아페르 한강 홈페이지

 

공간이 주는 권력

이어서 저의 관심을 끌었던 주제는 주제는 종교시설을 빗대어 설명한 ‘공간이 만드는 권력’이었습니다. 굳이 종교시설이 아니라도 일반적인 사무실이나 회의실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어떤 공간을 쓰는지, 어떤 자리에 앉는지 생각해 보면 공간의 권력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예배, 화상 회의, 재택 근무 등의 활성화가 이런 기존의 권력을 무너뜨린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권위가 무너진 예배나 회의에서 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이루어지고, 회의의 밀도나 결과가 훨씬 좋아진 사례를 들며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새로운 기회라고 말합니다. 권위는 무너졌지만 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고 이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개선된  문화를 어떻게 다시 오프라인으로 연결하느냐의 문제가 남지만 긍정적인 경험이 바탕이된다면 오프라인에서도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화상회의와 오프라인 회의의 비교/ 출처=공간의 미래 본문

 

미래의 학교와 선생님의 역할

제가 제일 재밌게 읽었던 주제입니다. 제가 고등학생, 중학생 두 명을 키우는 학부모이기 때문에 코로나19가 교육환경에 끼친 너무나 많은 문제를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학교라는 공간은 지난 100년 동안 변하지 않았는데, 현재의 교육 방식이 미래에도 효과가 있을지 항상 고민해오기도 했죠. 때문에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자는 학교의 기능을 크게 세 가지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첫째, 지식 전달의 기능, 둘째, 또래들 간 사회 공동체 경험의 장으로써의 기능, 셋째, 낮 시간동안 아이들을 돌봐 주는 탁아소의 기능을 한다. 동영상 강의는 지식 전달의 기능을 해결해 주지만 나머지 두 개의 기능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코로나19 시대에 더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회사를 그만 두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재택 근무라는 유연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소위 화이트 칼라 노동자가 전체의 55 % 정도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도 완전 재택을 채택한 회사가 약 10%에 그치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돌봄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게다가 컴퓨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원격 수업을 받기 위해서는 부모의 도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게다가 온라인 동영상 수업을 본 부모들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합니다. 수업의 질이 소위 말하는 ‘인강’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교수 혹은 선생님들이 가르쳐온 오래된 수업 내용과 방식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또 재미있는 결과를 하나 더 말하자면(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언급합니다.) 선생님의 성의 없는 강의만 탄로난 게 아니라 재택 근무를 하면서 소위 무임승차를 했던 저성과자들이 드러나 회사들이 구조조정을 벼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비대면의 시대에는 각자의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데, 여기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미래 선생님의 역할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공간에 대한 책에서 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하는지 의아하실 수 있지만 아래 저자의 말을 들어보면 이해가 됩니다.

“굳이 줄어드는 전염병 때문이 아니더라도 줄어드는 학생 수에 맞게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아이들의 특성이나 개성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작지만 다양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다. 커다란 학교를 여러 개의 위성학교로 나눌 필요가 있다. 서울의 경우 전체 연면적의 50% 정도가 주거 공간이고, 30% 가량이 상업 시설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소비가 주를 이루게 되었고, 재택 근무나 인공지능 도입, 사무자동화, 로봇의 상용화 등 기술 발달로 인해 상업 오피스 시설의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상업 시설의 수요가 절반으로 줄게 되면 전체 도시 연면적의 15% 공실로 남는다. 이는 엄청난 규모의 실내 공간이다. 이렇게 공실화된 상업 시설은 주로 주거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부 공간은 정부나 시에서 30년 장기 임대를 하거나 매입해 학교나 도서관 같은 시설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의정부 미술도서관/ 직접 촬영

이렇게 교육시설의 형태와 역할이 바뀐다면 이에 맞는 교사들의 역량은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닌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이끌어 낼 수 있는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고 저도 이 생각에 동의합니다. 이제 교과서에 있는 말그대로의 ‘지식’은 유튜브나 인터넷에서도 아주 쉽게 접근이 가능하지만 진정한 교육은 지식 함양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아이들 내면의 힘을 이끌어 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과 업무공간의 미래

인간은 교육이 끝나고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하게 됩니다. 일을 통해 자아실현도 하고 삶에 필요한 돈도 벌게 되지요. 코로나19를 통해서 재택 근무가 100%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밝혀졌다면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과 저는 당장 일감이 반으로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상업용 오피스 시장에서 그만큼 오피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백신만 맞으면 회사로 돌아오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재택 근무가 가능한 몇몇 업무들과 공간 이용의 효율성을 감안하면 코로나가 끝나도 예전같이 모든 직원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세상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작가는 이런 일반적인 업무공간의 대안으로 거점 위성 오피스와 매일 출근하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을 예측합니다. 위에 잠시 언급했듯이 자리만 차지하는 무임승차형 직원들과 매일 출근을 하지 않는 직원들의 수를 감안하면 아마 미래 주요 오피스 권역에 위치한 프라임 오피스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레 조금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자는 이러한 변화의 근간에는 무엇보다 회사의 비전과 철학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회식 같은 스킨십으로 강제 충성심을 유도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그 회사가 직원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을 동일시 해야 유능한 직원을 채용할 수 있고 그런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이미 시작된 변화였으나 코로나로 인해 가속된 느낌입니다.

집무실 일산점(일산 KT빌딩)/ 직접 촬영

 

도시의 미래

저자는 공간을 넘어 도시의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코로나19로 인해서 도시가 해체될 것인가?”였다고 하는 저자는 “아니다” 라고 잘라서 대답합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많은 전염병이 도시화를 막지 못했고 인간은 본능적으로 모이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입니다. 게다가 모여 있는 인간들의 창의성이 더 높다는 연구도 이미 발표되었는데 저는 여기서 작가의 이런 표현이 좋았습니다.

“인간의 뇌끼리 연결하는 시냅스를 늘리기 위해 공간을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주로 과거의 도시들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성벽을 쌓고 그 안에서 생활했다. 이럴 경우 반지름이 크면 성곽을 쌓는데 힘들기 때문에 그 규모를 최소화 하다보니 성안의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게 되었다. 그래서 성곽이 있는 도시 국가들은 자연스레 고층 건물을 짓게된다. 2000년 전 로마에 지어진 ‘인술라’라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있었다. 이 건물이 계속 높아져 붕괴의 위험이 있자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최대 높이를 20미터, 요즘으로 치면 7층 높이로 제한하는 법규를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밀도가 높은 도시 공간에서는 주변에 사람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상거래가 이루어지고 대화를 통해 창의적인 생각도 나오게된다. 우리는 그것을 도시 생활이라고 한다. 인류의 창의적인 생각과 물건들은 모두 도시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에 의해서 발명되고 만들어졌다.”

아마 여러분도 아기가 태어나면 잠을 자고 자극을 받으면서 뇌의 시냅스가 연결된다는 정도는 알고 계실 겁니다. 우리가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활동을 뇌의 시냅스가 연결되는 것으로 비유하니 저는 완벽하게 작가의 주장에 동조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에도 한가한 지방에서 노마드 생활을 하면서 원격근무를 하는 것은 대세가 되기 보다는 그냥 삶의 한 방식 정도로 여겨질 것 같습니다.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도시화는 계속 이슈가 되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 비용 때문일 것 같습니다. 작가도 우리나라에 카페가 너무 많은 이유는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 이 부족해서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재건축·재개발을 통해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많다며 여러가지 대안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재건축을 할 때 개발 주체의 이익을 위해서 펜트하우스를 100억에 팔게 허용하는 대신 1층에 시민들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100평짜리 포켓 공원을 설치하는 방법, 100평짜리 집을 열 채 만들어 팔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대신 1,000평짜리 도서관을 만들게 해 시민이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그것이 바로 윈윈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건축 허가에 대한 기부체납의 형태가 있지만 이러한 부분을 조금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전에 생각해본 아이디어를 하나 공유하자면 여의도 같은 대단위 업무지구를 배후로 두고 있는 곳의 재건축 아파트에는 1층을 모두 할애하여 커다란 어린이집을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원도 같이 지으면 주민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또 여의도에 근무하는 어린 아이를 둔 직원들 모두가 행복하지 않을까요? 소셜믹스를 위해 임대아파트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사고를 유연하게 하자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제가 선망하는 소셜믹스 중에 런던의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re)가 있는데 이 곳은 임대주택과 고급주택 뿐만이 아니라 공연·예술·상업 시설이 어우러져 멋진 공간을 만들어냈고, 이제는 관광객들도 필수로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바비칸센터 전경/ 출처=바비칸센터 홈페이지

이런 재건축을 유도하려면 지주와 개발업자와 정부가 바둑을 두듯이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어디에 돌을 둘 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미래에 누가 우리 도시의 밑그림을 그리든 크게, 멀리 보고 결국은 최우선 순위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에 두는 정책을 펼쳤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보았습니다.

저희도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를 만들면서 도시를 관찰하고,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앞으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의 모습은 무엇인지, 공간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는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공간을 만들면 좋을지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전달하려고 합니다. 오늘 모두 소개하지 못했지만 이외에도 공간과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담론을 담고있는 책이기 때문에 저희 독자 여러분들도 모쪼록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해당 콘텐츠의 저작권은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SPI)에 있으며, 무단 캡쳐 및 불법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0개의 댓글

댓글 등록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