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SPI

피자집도 옴니시대

잭슨피자
2020. 04. 03·
박지안
0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궁금했습니다. 그들을 탐험하는 지혜의 눈(智眼)을 가지고자, 지안기행을 기록해나갑니다.

 

👉 지안기행 모아보기

6개월 전이었던가. 퇴근길에 눈길을 끄는 가게가 보였다. 저 상가에 저렇게 사람들이 북적였던 적이 없었는데. 뭐지? 자세히 살펴보니, ‘잭슨피자’였다. 동네에 피자집이 많은데, 왜 하필 저 집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일까? 궁금하긴 했지만,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피자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냥 넘어갔다.

재택근무 도중 갑자기 피자가 먹고 싶었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를 하던 도중 갑자기 피자가 먹고 싶었다. ‘맛있는’ 피자가. 배달의 민족을 열심히 검색하는데 한 곳이 눈길을 끌었다. 줄이 길던 그 잭슨피자였다. 알고 보니, 수년 전 피자계를 휩쓸었던 ‘부자 피자’에서 런칭한 또 다른 피자집이라고. 후기를 읽어보니 평도 좋았다. 이태원에 오픈한 가게로, 미국 스타일의 맛과 분위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았다. 소심하게 하와이안 레귤러 사이즈 한판을 주문했다.


40분이 지나지 않아 배달이 왔다. 재빨리 열어, 한입 베어 물었다. 아, 행복한 맛. 얇진 않지만 바싹하고 고소한 도우. 무심하게 썬 두툼한 베이컨과 달콤한 파인애플. 이 둘을 이어주는 새콤한 토마토소스. 사이사이 얹어진 향긋한 바질 잎까지. 정말 맛있었다. 완전 미국식은 아닌데 한국 사람이 먹기에 딱 좋은 미국식이랄까? 이럴 줄 알았으면 큰 것을 시킬 것을. 후회가 물밀 듯 몰려왔다. 다음에는 좀 더 따끈따끈하게 먹기 위해 매장에 방문하고 싶어졌다. 비록 줄을 선다고 할지라도.

이마트에서도 같은 브랜드의 피자를 팔고 있었다.

한판을 가볍게 먹고 아쉬움이 남아 찾아보니, 이마트에서도 피코크와 협업한 잭슨피자를 판매하고 있었다. 냉동 피자의 맛이 궁금하여 새벽 배송으로 주문했다. 냉동 피자의 가격은 매장가격의 절반 이상 저렴했다. 다음 날 아침, 배달 온 피자를 전자레인지에 7분 돌려 후다닥 먹었다. 매장에서 먹는 것처럼 도우가 바싹하진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맛있는 냉동 피자였다. 후기들을 살펴보니, 전자레인지에서 꺼낸 뒤 프라이팬에 살짝 익히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하였다.

배달을 시키고, 냉동제품을 먹을수록 더욱 매장에 가고 싶어졌다.

피자를 먹으며 웃음이 났다. 예전 같으면 매장에서 먹고 맛있어서, 집에서 주문을 했을 텐데. 요즘을 돌이켜 보면 그 순서가 한참 바뀌어 있다. 주문해서 먹거나, 냉동제품을 먹을 때, 이상하게 더욱 매장에 가보고 싶어진다. 배달을 통해 알려진 가게의 맛이 매장으로 사람을 부르고, 좀 더 다수에게 유통하기 위해 만든 냉동식품이 실제 매장의 맛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알려진다는 것의 의미란?

자영업을 하시는 어르신들께 왜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시냐고 여쭈어보면 종종 이런 대답을 해주시곤 하셨다. “아무래도 배달하면 맛의 퀄리티가 떨어지잖아. 포장 용기 등을 고려하면 비용도 만만하지 않고. 굳이 번거롭게 배달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잭슨피자를 먹으면서, ‘배달’이 단순한 매출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달 플랫폼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양산되는 수많은 ‘후기’들은 매출 이상의 것을 창출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후기는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고, 새로운 팬들을 만들고 있었다. 조금 멀리서 제품을 접하며, 역설적으로 매장에 가보고 싶게끔 했다. 그들이 만든 제품의 맛과 연출한 씬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었다. 플랫폼에 합류한다는 것은 또 다른 경쟁으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브랜드를 널리 알릴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이 없었다면 난 계속 잭슨의 맛을 몰랐을 테니까.

세상은 확실히 바뀌고 있었다. 시대를 읽는 자가 기회를 얻고 있었다.

[박지안]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궁금했습니다. 그들을 탐험하는 지혜의 눈(智眼)을 가지고자, 지안기행을 기록해나갑니다.

※해당 콘텐츠의 저작권은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SPI)에 있으며, 무단 캡쳐 및 불법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0개의 댓글

댓글 등록

관련 콘텐츠